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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 내세워 ‘교육장사’한 외국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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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 내세워 ‘교육장사’한 외국인학교

입력
2016.03.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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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명문학교와 로열티 계약 맺고 비영리법인으로 위장해 국내 진출

등록금 3000만원대ㆍ학생 650명

매년 학비의 6% 빼돌리려 모의… 교비 75억 횡령한 임원들 기소

서울의 유명 외국인학교 법인 임원들이 교비 수익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8일 홍콩에 서류상 비영리법인을 만든 뒤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세워 교비 75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로 서울 D학교 입학처장 이모(48ㆍ여)씨와 그의 남편 금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과 공모해 해외법인을 세운 싱가포르인 Y(45)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입국을 거부한 법인 최고경영자(CEO) 스위스인 G(55)씨는 기소 중지됐다.

2010년 9월 설립된 D학교는 400년 전통의 영국 명문 사립학교 분교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총 650여명이 다니고 있고, 수업료는 3,000만원대에 이른다. 본교는 이 학교에 명의 사용 명목으로 로열티를 받고 커리큘럼 등을 제공했다.

영국 본교는 케이만군도 영리법인 D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2003년부터 중국 등에서 외국인학교를 운영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초ㆍ중등교육법 등에 따라 외국인이나 비영리 외국법인, 학교법인만 외국인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돼 있어 영리법인인 D사가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홍콩에 비영리법인 유령회사를 세워 법망을 피해갔다. 그러나 국내 D학교를 설립한 비영리법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 운영자는 영리법인 D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D학교 측은 법인이 갚아야 할 학교 건물공사 대출금 100억원 중 72억원을 교비로 갚고 법인 운영자금 2억5,000만원도 교비에서 지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이 학교에 지원한 공영주차장 건축 지원금 중 1억6,000여만원도 지정된 용도가 아닌 학교 운영자금 등으로 전용했다.

또 본교에 지급할 로열티 외에 별도로 프랜차이즈 비용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매년 학비의 6%를 빼돌리려 했다. 해외로 빠져나가진 않았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쌓아둔 돈은 36억원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반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영리법인 운영진을 검찰이 수사한 첫 사례”라며 “외국인학교 설립 전 약속한 교육 관련 투자는 이행하지 않고 지원금 등 각종 혜택만 누린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날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정당성이 입증되고 혐의가 없음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학생들이 최상의 교육을 받도록 힘쓰고 있으며 학교는 이전과 같이 운영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학교는 총 22개로, 이 중 외국계 법인이 설립한 학교는 D학교를 포함해 2개다. 외국인학교는 외국인 또는 3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내국인 자녀에게 입학 자격을 주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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