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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한솥밥은 옛말' 총선판에 얽히고 설킨 경찰 출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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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한솥밥은 옛말' 총선판에 얽히고 설킨 경찰 출신들

입력
2016.03.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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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7일 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 선거구의 전략공천 후보로 결정한 윤종기 전 인천경찰청장이 4일 국회 입당 기자회견 당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7일 20대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 선거구의 전략공천 후보로 결정한 윤종기 전 인천경찰청장이 4일 국회 입당 기자회견 당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판 새누리당 대구 달서을 예비후보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각 당마다 공천 작업이 한창이라 처음엔 새누리당 공천 작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기자회견은 새누리당 내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까지 한꺼번에 공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그는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사건과 관련해 축소 수사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구성한 총선네트워크(총선넷)가 자신을 총선 부적격자로 지목한 것을 두고 “공정선거를 방해하는 총선넷을 해체하고 국민의당은 권은희 의원을 출당하고 더민주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전략) 공천을 철회하라”며 “또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의 음해성 행동과 갑질을 중단하고 최경환 의원은 자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예비후보나 그가 칼을 겨눈 권 의원이나 표 전 교수나 윤 의원 모두 경찰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김 전 청장과 권 의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감금 논란과 국정원 직원들 댓글 사건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서울 수서서 수사과장으로 상관과 부하 관계였습니다. 당시 권 의원은 “상부로부터 부당한 수사 지휘와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김 전 청장은 검찰 조사까지 받았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도리어 권 의원을 모해위증죄로 기소했고, 권 의원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직원이 오피스텔에서 선거 개입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이 오피스텔 안으로 즉각 진입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경찰대 교수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김 전 청장은 과거 악연이 있는 두 야당 인사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앞서 권은희 의원이 3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새누리당 텃밭 대구에서 김용판은 국회에 진출하고 권은희가 멈춘다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이날 김 전 청장은 “국민의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싶고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법치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김용판 재판을 통해 권은희 의원이 허위진술을 한 것이 밝혀지고 나아가 모해위증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즉각 출당시켜야 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과거 경찰 조직 내에서 상관과 부하 관계였던 두 사람이지만 서로의 악연을 자신이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이유를 정당화 하는 데 활용한 셈이죠.

김 전 청장은 한술 더 떠 같은 당의 경쟁 후보인 윤재옥 의원(경찰대 1기)에 대해서도 “윤 의원의 불법성 논란의 현수막 게시, 지역 체육동호인의 지지선언에 대한 압력행사 의혹 및 각종 갑질 행위 등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될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검찰에 고소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2000, 2001년 나란히 달서서장을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공천을 놓고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그 열기가 과열되다 보니 서로 낯뜨거운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언뜻 봐서는 한 ‘직장’ 출신인 이들의 이런 모습이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지만 경찰 조직의 특성을 들여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을 수 있습니다. 한 경찰 출신 정치권 인사는 “경찰은 경찰대 출신, 간부후보생 출신, 고시 출신 등 입직 경로가 다양하고 각 출신 별로 승진을 놓고 경쟁을 펼치다 보니 관계가 서먹서먹한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같은 고시 출신이라도 경찰 승진 인사가 출신 지역을 감안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위가 올라갈수록 동료 의식 보다는 경쟁 의식이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김 청장은 고시 출신, 윤 의원은 경찰대 출신입니다.

한편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 중인 경찰 출신 인사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숫자 자체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이들이 많아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경우 윤재옥 의원, 김 전 청장 말고도 김한표 의원(간부후보 31기ㆍ경남 거제), 김석기 전 서울청장(간부후보 27개ㆍ경북 경주), 서천호 전 국정원 차장(경찰대 1기ㆍ경남 사천ㆍ남해ㆍ하동),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경찰대 2기ㆍ세종),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간부후보 29기, 강원 동해ㆍ삼척), 정해룡 전 강원경찰청장(간부후보 31기ㆍ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ㆍ홍천) 등이 출마를 준비 중입니다. 이 중 김 청장은 2009년 용산의 건물 강제 철거 과정에서 세입자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고, 앞서 총선넷으로부터 ‘부적격 인사 9인’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됐습니다. 서 차장은 국정원 2차장으로 일하던 2014년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경기 용인 정), 윤종기 전 인천경찰청장(인천 연수 을) 등이 전략 공천을 받았습니다. 윤 전 청장은 김 전 청장이 충북경찰청장 시절 충북차장으로, 서울청장 시절에는 서울차장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지만 이제는 서로 경쟁당 소속이 됐습니다. 윤 전 청장은 8일 기자와 통화에서 “(김 전 청장과) 잘 아는 사이지만 최근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다”며 “아마 내가 출마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민의당은 윤 전 청장의 입당 당시 “2011년 해군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에 공권력을 투입할 당시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던 인사”라며 비난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권 의원과 안재경 전 경찰청 차장(광주동구청장 예비후보)이 출마 준비 중입니다. 안 차장은 권 의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해 내부 고발 했을 당시 경찰청 차장으로 있으면서 이 사건에 대해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부하 직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사항은 답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쪽지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조직을 옹호하며 권 의원과 대척점에 섰습니다만 이제는 같은 당 후보로 선거를 치를 예정입니다.

전통적으로 경찰 출신 인사들은 자신의 고향이나 자신이 근무했던 지역의 선거에 자주 출마했습니다. 경찰 출신이라는 점이 국회의원 선거에 유리하느냐 불리하느냐에 대해서는 경찰 조직 안팎에서도 이러쿵저러쿵 합니다. 긍정적이라는 쪽은 국회의원 선거의 승패는 누가 더 주민들과 밀착해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느냐가 중요한데,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장 등이 하는 일이 바로 평소 교통 서비스,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격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경찰 간부 자리가 어쩔 수 없이 권위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경직된 인상이나 느낌이 도리어 유권자들에게 부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19대 국회의원 3명(김한표, 윤재옥, 권은희 의원)을 포함해 최근 들어 경찰 출신 의원 수는 많지 않습니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18대), 이완구 전 충남지방경찰청장(15, 16, 19대) 등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는 얼마나 많은 경찰 출신 인사들이 ‘국회’가 새겨진 배지의 주인공이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박진만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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