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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감동근교수 “알파고,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던 영역까지 정확하게 계산한 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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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감동근교수 “알파고,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던 영역까지 정확하게 계산한 뒤 둬”

입력
2016.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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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2국도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 9단이 1국을 졌을 때보다 충격이 훨씬 컸다. 1국에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적지 않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 9단이 더 많은 실수를 해 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1국에서 이 9단은 역사적 대국의 중압감 때문에 극도로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2국에서 컨디션을 잘 추스르고 평상심만 유지하면 알파고를 능히 이길 수 있으리라 기대됐다.

2국에서 이세돌 9단은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답게 전날의 패배로 입었을 심리적 타격을 극복하고 거의 100%에 가까운 기량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3수 이후에는 이세돌 9단이 유리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큰 실수가 없었는데도 계속 밀리다가 진 것이다.

관전하던 프로 기사들이 대국 중반 한때 판세를 낙관하던 때가 있었다. 알파고는 사람이 보기에 나빠 보이는 수를 두 차례(15수, 41수) 정도 둔 반면 이세돌 9단은 눈에 띄는 악수를 두지 않은 만큼 이 9단의 형세가 당연히 좋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가 둔 수들은 우리의 직관에는 나빠 보이지만 종국 후 정밀 검토를 해보니 아주 현실적이고 정밀한 계산에 근거한 수들로 판명됐다.

현대 바둑은 이창호 9단의 등장 이후로 종반에 가까워지면 한 수의 가치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다만 초ㆍ중반에는 중앙에 미치는 영향력(바둑 용어로 두터움)이 몇 집 가치가 있는지 환산하기 어려워 흐름으로 형세를 판단한다. 프로기사들에게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알파고는 2개의 신경망(정책망, 가치망) 중 가치망으로 이 두터움의 가치를 정확하게 집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알파고끼리의 자체대국으로 가치망의 능력이 크게 향상돼 프로기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게 된 것으로 짐작된다.

30년 전 이창호 9단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창조한 수법들 중 상당수는 선배 프로 기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기존의 바둑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수법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인공지능이라서 당혹스럽긴 하지만 지금 프로 기사와 바둑 팬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본질적으로는 이창호 9단이 등장했을 때 선배 기사들이 느꼈던 당혹감과 다르지 않다. 계산하기 어려워 선택의 문제, 기풍(스타일)의 문제로 치부했던 영역이 사실은 정밀한 계산이 가능함을 당시의 이창호 9단이나 지금의 알파고는 보여주고 있다. 1국에서 알파고의 실수로 생각됐던 수들도 결국은, 상당히 리드하고 있으므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역전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판을 정리해가는 실전적인 수법들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은 세 판의 대국에서도 이세돌 9단의 승리는 어려울 것이다. 알파고는 가치망보다는 정책망이 그래도 허술해 보이니, 수읽기 싸움을 걸어야 한다. 알파고의 계산능력으로도 아직 바둑을 완벽하게 풀어낼 수(Solved game)는 없다. 인간의 창의력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9단이 3국에선 계산으로는 풀 수 없고 유연한 상상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미지의 세계로 알파고를 데려가 실마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바둑 아는 인공지능 연구자’인 감동근(39)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2006년 KAIST에서 박사 학위(전자공학)를 받고 2007~2011년 IBM 연구소에 근무했다.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도 참여한 그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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