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원→여행회원’ 소속 변경
선수금 보전 않고 축소해 신고
22억 유용도… 檢, 운영자 구속기소
상조서비스 가입 회원들의 선수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돌려막기하면서, 이 중 22억여원을 유용한 상조업체 회장이 검찰에 적발됐다. 그는 선수금의 절반을 예치하도록 돼 있는 의무를 피하고자 여행법인을 차려 상조회원을 여행회원으로 변경, 회원 수와 선수금 규모를 대폭 줄여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는 C상조업체 회장 고모(54)씨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C사에서 분할된 여행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 5월 C사를 설립한 고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C사 회원들의 소속을 다른 여행법인으로 몰래 바꿔 은행에 회원 수와 선수금 총액을 축소ㆍ누락해 신고한 혐의다. 현행 법은 누적 선수금 총액의 50%를 예치기관에 보전토록 규정하고 있다.
고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2012년 11월 C사와 비슷한 이름의 여행법인을 새로 차렸다. 기존 회원의 소속을 여행법인으로 임의 변경했고 신규 상조회원은 아예 여행회원으로 모집했다. 사실상 여행법인을 통해 무등록 상조업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 결과 고객들이 매달 3만~5만원씩 납입해 누적된 선수금 총액은 134억여원에 달했음에도 불구, 실제로 은행에 보전된 금액은 고작 3억8,000여만원(2.85%)에 불과했다.
은행에 예치되지 않은 돈은 고씨가 원래부터 운영하던 여행사와 호텔의 적자를 메우는 데에 사용됐다. 그는 상환불능 상태였던 여행사에 8억 5,000만원을 부당 대여하고, 상조회원에게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L호텔 1박 숙박권’ 6억4,000만원어치를 구입하는 등 C사에 약 15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그는 7억원가량을 개인투자금으로 사용하거나 허위급여 수령 등 방법으로 빼돌렸다. C사 회원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이 낸 납입금이 빼돌려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소속이 뒤바뀐 사실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소속 회원이 없어져 버린 C사는 지난해 7월 폐업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조회원을 여행회원으로 둔갑시켜 선수금 보전 의무를 면한 신종수법을 적발한 첫 사례”라며 “이른바 ‘크루즈 여행상품’을 가장한 무등록 상조서비스 실태가 밝혀져 잠재적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서비스 피해 신고는 1만 8,500여건에 이른다. 2012년 7,125건과 비교하면 3년 동안 2.5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 상당수가 해약 환급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중도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부과 등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를 방지하려면 상조상품 가입 전에 ▦소비자피해증서 발급 여부와 선수금 보전 여부, 해약 시 환급 기준 ▦상조업체 경영상황과 자산건전성, 등록ㆍ변경 내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해당 정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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