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3연패 뒤 4국서 첫 승
중반부터 승부수 던지며 압박
알파고 악수 연발 끝 돌 던져
李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승리”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다.”
드디어 이겼다. 이세돌 9단은 13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감동의 첫 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이 9단은 전날까지 내리 세 판을 패하며 이미 ‘세기의 대국’을 인공지능에게 내줬지만, 포기를 모르는 투혼으로 마침내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국은 180수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이 9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대국 시간은 1~4국 중 가장 긴 4시간44분이나 걸렸다. 이 9단은 인공지능과의 역사적 대국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따냈다.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500번 대국해 499승을 거둔 알파고도 사람을 상대로는 첫 패를 당했다.
4국의 초반은 지난 2국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9단은 ‘돌부처’ 이창호 9단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안정적인 수를 뒀고 이에 알파고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알파고는 이 9단에 계속 미세하게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대국 중반 이 9단이 승부수를 띄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계속 집을 키워가자 이를 파고들어 판을 흔들었다. 알파고는 이 공격을 막아내야 했으나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 약점을 보강해야 할 시점에 엉뚱하게도 이 9단의 돌 사이에 끼우는 수를 뒀다. 대국 현장에서 공개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어이 없는 악수를 연발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에 오류가 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승기를 잡은 이 9단은 계속해서 알파고를 압박해 나갔고 결국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한 알파고는 돌을 거두며 패배를 인정했다. 대국장에서는 함성과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완벽한 줄만 알았던 인공지능은 이날 순발력과 위기 대응력에서 아직까지 인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9단은 경기를 마친 뒤 “알파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수에 대한 대처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알파고는 대국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학습해 진화한다고 알려졌으나 이 같은 알고리즘이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완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파고의 실수를 이끌어낸 것은 이 9단이 그 동안의 부담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바둑계의 설명이다. 이 9단은 전날 3국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는 분명히 인간과는 다른 바둑을 뒀고 어떤 측면에서는 우월한 모습도 보였지만 분명히 약점이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이제 15일 오후1시 마지막 대국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