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이 사건'의 피의자인 계모와 친부가 락스와 찬물을 퍼부어 신원영(7)군을 끝내 숨지게 한 빌라와 시신을 암매장한 야산에서 14일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앞두고 계모 김모(38)씨와 친부 신모(38)씨는 이날 오후 1시께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경기 평택경찰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추위가 물러갔지만, 김씨는 검은색 두꺼운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회색 털신을 신었고, 김씨 또한 검은색 점퍼에 등산바지, 등산화로 무장한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나 자백 이후 계속된 경찰조사에 지친 듯 수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송 차량에 타기 전 김씨는 "왜 욕실에 가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듣지 않아 가뒀다"고 말했다.
신씨는 "학대를 알고도 왜 방치했느냐"고 묻자 "원영이한테 미안하다"고 답했다.
현장검증은 원영이가 3개월 동안 욕실에 갇힌 채 락스와 찬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숨져 간 평택시 포승읍의 한 빌라, 암매장을 당한 청북면의 야산에서 순서대로 진행된다.
경찰은 주변을 철저히 통제하고, 비공개로 현장 검증을 시작했다.
첫 번째 현장검증 장소인 빌라에는 김씨와 신씨가 도착하기 전부터 수백명의 주민들이 몰렸다.
일부 주민들은 락스통을 준비했으며,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고성과 욕설을 퍼부었다.
평택 안포맘 류정화 대표는 "락스로 학대했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락스를 준비한 것"이라며 "피의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계모한테도 락스학대를 똑같이 해주려고 락스를 갖고 왔다"며 "또 옷을 벗겨 찬물세례를 해 벌을 줘야 한다. 아무리 제자식이 아니라지만 이토록 끔찍한 학대를 할 수가 있느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한때 원영이를 데려가 돌봤던 박향순(67·여) 전 평택 모지역아동센터장과 직원들도 현장에 나왔으나 눈물만 흘릴 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앞서 지난 9일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를 각각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계모 김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3개월간 원영이를 욕실 안에 가둬놓고 무참히 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부 신씨는 김씨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아동학대로 처벌될까 우려해 만류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부부는 원영이 시신을 10일간 베란다에 방치하다 지난달 12일 밤 원영이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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