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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억울함 풀 수 있게.. 신해철법 이번엔 통과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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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억울함 풀 수 있게.. 신해철법 이번엔 통과시켜 주세요"

입력
2016.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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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신청을 병원이 거부

1인 시위로 의료분쟁법 개정 끌어내

조정 강제한 ‘신해철법’ 나왔지만..

올해도 법사위 못 넘기고 무산 위기

의료계 반대 거세고 총선까지 겹쳐

“사고 입증 어려워 포기한 사람 많아

최소한의 구제 위한 법 꼭 통과 돼야”

'신해철 법'(예강이 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병원에서 검사 도중 딸 전예강양을 잃은 최윤주씨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 아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신해철 법'(예강이 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병원에서 검사 도중 딸 전예강양을 잃은 최윤주씨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 아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이 아픔이 아무 가치 없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요. 제2의 예강이가 나오지 않도록 ‘신해철 법’이 꼭 통과돼 의료사고를 당한 서민들이 조금이나마 억울함을 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해철 법으로 알려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료분쟁조정법)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4년 1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전예강(당시 9세)양의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14일 만난 전양의 어머니 최윤주(40)씨는 이 법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고통은 이제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망 및 중상해에 해당하는 의료사고의 경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병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의료계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에 계류된 채 총선정국이 닥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평소 건강했던 전양은 응급실을 찾기 전 코피를 쏟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7시간 만에 사망했다. 최씨는 레지던트들이 요추천자 시술(신경계통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허리뼈 사이에 긴 바늘을 넣어 척수액을 뽑는 것)을 무리하게 5번이나 시도하는 과정에서 저혈량성 쇼크가 와 딸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은 정상적인 뇌수막염 검사의 일환이었을 뿐 의료과실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씨는 “법대로 하라는 병원의 말에 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냈는데 정작 병원이 거부해 조정 신청이 각하됐다. 할 수 있는 게 소송밖에 없었지만 이기기 어렵다고 해 암담했다”고 말했다.

조정신청이 각하된 후 최씨는 무작정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허망하게 떠난 딸의 죽음 앞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혼자 하던 시위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수십 명까지 늘었다. 시위는 100일 이상 이어졌고 이후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4월 대표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예강이 법’으로 불리게 됐다.

2012년 조정중재원 출범 이후 2014년 말까지 접수된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는 총 3,796건으로 이 가운데 조정절차가 개시된 건은 1,607건(42%).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이 병원 측 거부 등의 사유로 각하됐다. 조정이 각하되면 결국 피해자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민사소송으로 가게 된다.

최씨도 2014년 6월 조정신청이 각하된 후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첫 재판조차 열리지 못했다. 의무기록지 감정 등 재판 준비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 최씨는 “병원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기도 어렵지만 수집한 증거도 신뢰가 안 가 승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이 수혈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사실은 4시간인데도 의무기록지에 3시간으로 기록된 것을 보고 폐쇄회로(CC)TV 기록을 통해 바로잡는 등 별별 일을 다 겪었다. 최씨는 “의료사고 입증이 너무 힘들어 그냥 묻어버리는 이들이 많다”며 “힘 없고 돈 없는 이들이 최소한의 분쟁 조정 절차라도 밟을 수 있도록 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법의 혜택을 못 누리지만 예강이로 인해 수혜를 받을 이들이 나온다면 조금이나마 떳떳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응한 최씨는 만삭의 몸이었다. “예강이가 꿈에 나와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혀줬어요. 그 후 제 생일에 예강이와 띠가 같은 여동생을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강이 동생이 태어날 때쯤에는 법이 통과돼 있겠죠?” 최씨는 19대 국회가 마감되기 직전인 4월 출산을 예정하고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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