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ㆍ투자 시기 예측 정확
경제위기 상황선 손실 최소화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
자산가만 받던 투자상담 대중화 기대
인간 두뇌를 넘어선 인공지능(AI)의 역습이 퀴즈ㆍ체스ㆍ바둑에 이어 금융투자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 단계임에도 벌써부터 펀드 매니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으로 자산관리의 대중화도 빠르게 진행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ㆍ조언자)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으로 현재의 시장 상황을 분석, 투자ㆍ자산운용을 해주는 서비스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뉴지스탁’의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10개 포트폴리오 평균 수익률은 7.62%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국내 주식형 펀드 매수ㆍ매도시기를 알려준다. 평균 수익률은 이를 그대로 따랐다고 가정한 뒤 추산한 값이다. 종목별로 보면 10개 포트폴리오 중 7개가 수익을 냈다. 영업이익 개선 속도가 빠른 종목 위주로 매수하는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이 32.22%로 가장 컸고, 기간을 한 달 이내로 잡고 투자하는 중기 포트폴리오가 24.07%, 정보기술(IT) 포트폴리오가 16.64%로 뒤를 이었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쿼터백투자자문의 경우에도 1월 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평균 수익률이 2.1%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 수익률은 -1.79%에 그쳤다. 문호준 뉴지스탁 팀장은 “2,000개가 넘는 국내 주식시장 상장 기업을 일일이 분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금융투자시장의 주도권은 향후 로보어드바이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올해부터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미국 등에선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미 보편화한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상위 11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자산관리 규모는 지난해 7월 기준 210억달러(약 25조원)에 달한다. 자산관리액수가 1년 전보다 40%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 업체인 미국의 웰스프론트와 베터먼트의 운용자금은 각각 26억달러(약 3조870억원)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급성장은 시장에서의 미세한 변화까지 파악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투자시기 예측도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이 운영하는 인공지능 엔진 ‘티레이더 2.0’은 오늘의 공략주라는 매수 추천 종목을 제시하는데, 1월 29일~2월 19일까지 오늘의 공략주 464종목의 추천일부터 10일간 평균 수익률이 8%에 달했다. 최고 수익률은 지난달 17일 추천한 전자제품제조업체 이랜텍 주식이다. 추천 당일 6,590원이었던 주가는 같은 달 23일 1만1,000원으로 66.92%가 올랐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손해를 덜 보는 장사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디셈버앤컴퍼니는 최근까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아이삭(ISAAC)의 테스트를 벌였다. 1993~2015년까지 23년간 매일 그날의 주식가격 정보 등을 주고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수익률을 따져보는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삭의 연평균 수익률은 10.87%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4.73%)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6.94%)의 연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아이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많이 매수해 위험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고액자산가만 받았던 투자상담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 ▦적은 가입금액 하한에 따른 낮은 진입장벽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자산관리ㆍ투자 수요 증가 ▦저금리 시대로 인한 투자수요 증가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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