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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화요일’… 대통령에 맞선 자 살아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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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화요일’… 대통령에 맞선 자 살아남지 못했다

입력
2016.03.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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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ㆍ김희국 등 ‘수족’ 아웃

사실상 유승민 고사 작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3ㆍ15 공천학살’에 유승민(대구 동을) 새누리당 의원의 수족이 잘렸다. 이날 뇌관이 터진 대구와 수도권의 공천 포문은 정확히 ‘유승민계’를 향했다. 유 의원의 동지로 일컬어졌던 최측근 이종훈(성남 분당갑) 의원과 근거리에서 그를 도왔던 대구의 김희국(중남) 의원이 경선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밀려났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남은 건 사실상 유 의원뿐이다.

이날 늦게 ‘민감 지역’의 뚜껑이 열리자 당 안팎에선 “피 바람”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유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 이들 중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다.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옛 ‘친이 직계’ 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의원과 유 의원의 경북고 동기인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도 모두 컷오프(경선배제)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공천에서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 중 공천이 확정된 이는 단수추천을 받은 재선의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 정도다. 그러나 김 의원은 부친인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로 부산에서 두터운 민심을 얻고 있어 컷오프 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 들린다. 김 의원은 친이계의 친박 학살공천 논란이 일었던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공천의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①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②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사람 ③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 다선의 혜택을 즐긴 사람을 공천 배제 대상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모두 당규에 없는 것들이다. 공관위에선 유 의원을 비롯해 그의 측근들에게는 ②를 적용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이보다는 ‘대통령의 뜻’이 사실상의 ‘공천 잣대’였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공관위의 칼 바람도 그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이날까지 발표된 공천 결과를 보면 유 의원의 측근 외에도 옛 친이계를 포함한 비박계는 사실상 몰살됐다. ‘원조 친박’이면서 사전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서울 용산의 진영 의원이 컷오프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청와대의 국민ㆍ기초연금 연계 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당에서 이번 공천 결과를 ‘대통령에 맞선 자 살아남지 못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건 그래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당의 공천이 시스템이 아닌 권력자 개인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헌법기관으로서 의원 개인의 독립성이나 자율성은 무시한 채 대통령 뜻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친이계가 주도한 18대 공천에서 공천학살의 피해자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무소속으로 출마한 자신의 측근 의원들에게는 “꼭 살아 돌아오라”는 메시지로 지원했다. 그 때와 똑같은 절규가 지금은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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