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총선 공천에서 또 다시 정치보복성 공천 학살극이 벌어졌다. 15일까지 7차례에 걸친 공천심사에서 컷오프 등으로 탈락한 26명의 현역의원 대부분이 비박계다. 친박의 최대 표적인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여론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친박계는 컷오프 탈락한 김태환(경북 구미을ㆍ3선), 서상기(대구 북을ㆍ3선) 의원과, 욕설 녹취록 파문 당사자인 윤상현(인천 남을ㆍ재선) 의원, 경선에서 패배한 안홍준(경남 창원마산회원ㆍ3선)의원 등 4명에 불과하다. 비박을 쳐낸 지역에는‘진박’이 줄줄이 꽂혔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배제 기준으로 품위, 당 정체성, 편한 지역 혜택 등을 제시했다. 당규에도 없는 잣대를 내 걸고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벗어났는지의 여부로 현역의원들의 정치 생사를 갈랐다. 우선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친이계 좌장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 청와대의 국민ㆍ기초 연금 연계 결정에 항의해 자진사퇴한 진영(서울 용산ㆍ3선) 의원의 공천 배제는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원외이지만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전 청와대비서실장,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 다수가 배제된 것 또한 정치보복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두 번이나 자의적 전략공천 피해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전략공천을 없애고 상향식 국민공천을 실시하자고 극력 주장해왔다. 하지만 우선 추천제 등을 활용해 과거 어느 때보다 심하게 밀실에서 정치보복 또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인사들을 찍어 내는 공천학살 사태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믿고 칼날을 휘두르는 이한구 공관위를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16일 뒤늦게 공관위의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지만 되돌리기는 늦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는 친박근혜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울분을 토했었다. 그렇게 피눈물을 흘렸다면 자신들이 권력을 쥔 지금은 뭔가 달라질 만했다. 그래야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더욱 심한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으니 이 같은 퇴행적 정치행태가 어느 세월에 끝이 날지 암담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의 노선만 따르고 어떠한 이견도 용납하지 않으니, 정당의 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