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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콘서트홀, 첫삽 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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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콘서트홀, 첫삽 뜰 수 있을까

입력
2016.03.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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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종로공원에 건립 추진

“클래식 전용관 강남에만 있어”

정부ㆍ경찰, 교통 혼잡 예상 난색

“집회의 구심점… 수요 예측 필요”

서울역 고가 철거 논란 재연 우려

문화단체 “수호 기념탑 보존해야”

시민도 부정적 여론이 다소 많아

서울시가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대규모 콘서트홀 건립 계획을 추진하면서 또 다시 ‘교통 대란’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 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정부와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이번엔 역사 기념탑 보존 등을 이유로 문화단체들까지 나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제2의 서울역 고가 철거’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행정자치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기본계획’은 지난해 10월 시 투자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쳐 행자부 중앙투자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기본계획이 심사를 통과하면 시는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중앙청사 사이에 위치한 광화문 세종로공원(8,855㎡)에 지상5층 지하6층 규모(연면적 총67,670㎡)의 콘서트홀을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콘서트홀 건립은 시 예산 1,100억원과 민자유치 812억원 등 총 1,912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당초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민자투자가 40%를 넘는 사업인데도 기업 선정과 조건조차 정해놓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시는 서울의 전용 콘서트홀이 예술의 전당과 제2롯데월드 등 강남 지역에만 치우쳐 있어 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광화문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일단 정부와 경찰은 지난해 서울역 고가 철거 사례를 들어 광화문 일대 교통 혼잡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광화문은 특히 집회ㆍ시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아 교통 수요의 가변성이 매우 큰 장소여서 서울역 고가 철거 때보다 좀 더 면밀한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교통수요가 유발되는 콘서트홀 건립 사업은 동선이나 횡단보도, 해당 건물의 진출입로에 대한 경찰의 설계조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행자부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경찰의 교통안전심의위원회가 적절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역 고가 철거 당시에도 교통안전심의위를 열고 “주변 교통 대책이 미흡하다”며 시의 계획을 전부 보류했으나 국토해양부 승인으로 사업은 진행된 바 있다.

외교부 등 관련 부처 역시 불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앞서 ‘교통체증이 우려돼 관계 부처를 찾는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건물이 들어섰을 때 경복궁 등 문화재의 경관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문화ㆍ역사단체까지 가세했다. 건립 예정 부지에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등이 조성돼 있는데도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역사 보존의 가치를 망각한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은 “콘서트홀 건립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역사의 상징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서양음악당을 짓겠다는 건 과거 일제가 궁을 허물고 현대식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었던 행위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시는 지난달 24일부터 모바일을 통해 부지 적절성 여부를 묻는 설문을 진행 중인데 이날까지 시민 956명 중 395명이 ‘부적정하다(41.3%)’고 답해 적정하다는 의견(391명ㆍ40.9%)’보다 다소 많았다. 역시 ‘교통혼잡 예상(37.9%)’을 걱정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콘서트홀이 들어서면 새로운 교통량이 유발되는 건 기정사실”이라며 “새로 추가되는 교통량이 광화문 일대 도로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이날 부지 재선정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지만 대안을 염두에 두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콘서트홀 건립으로 인한 광화문 일대 교통량 변화를 조사하지 않은 건 맞다”면서도 “용산가족공원이나 대방동 일대 시 소유 부지도 고려했으나 타 기관이 이전할 예정이거나 규모가 작아 현재로선 세종로 부지 외엔 방법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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