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의회, 룰라 장관 임명 반발
‘탄핵 특별위’ 구성해 절차 착수
소두증 신생아 확진 전국 확산
지카 바이러스도 아직 해결 못해
연립정권 체육장관은 사임 예고
올림픽 성공적 개최 불안감 증폭
브라질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혐의에 연루된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 장관으로 임명하자 이에 반발한 브라질 의회가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공식 착수했기 때문이다. 선천성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정국 불안의 여파로 리우 올림픽 준비를 총괄해온 체육장관이 사임까지 예고하면서 남미 첫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7일(현지시간) 브라질 하원 의회가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하원은 이날 대통령 탄핵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433표, 반대 1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특위는 앞으로 정부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한 의혹을 받는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된다. 특위가 탄핵 추진 여부를 합의하면 의회의 투표로 탄핵안은 확정된다.
특위에 참여하는 65명의 의원은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PT)과 연립한 범여권 소속 44명과 야권 21명으로 구성된다. 친정부 소속이 많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호세프 정권에 반발하고 있어 투표 결과는 미지수다. 실제로 호세프 대통령의 연립 파트너인 브라질공화당(PRB)은 룰라의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연립정권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브라질 의회는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룰라를 수석 장관으로 임용한 뒤 하루 만에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브라질에서는 내각 관료로 기용되면 연방 법원 재판에서 면책돼 대법원에서만 재판을 받는다. 전ㆍ현직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악용하는 꼼수를 부려 여론이 악화되자, 브라질 의회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의 ‘은밀한 거래’가 폭로된 점도 이들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 호세프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던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에게 “필요할 때를 대비해 장관 임명장을 보내겠다”고 말한 통화 감청 내역을 공개했다. ‘방탄’ 목적으로 룰라를 수석장관에 기용했다는 점을 자인한 정황이 드러나자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등 주요도시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들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더구나 브라질 연방법원이 ‘장관 임용은 부패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라고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 정부는 더욱 곤경에 빠진 상태다.
정국 혼란으로 8월 예정된 올림픽 준비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브라질 국영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은 올림픽 준비를 도맡았던 브라질공화당 소속 조르지 이우통 체육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보도했다. 브라질공화당이 연립정권에서 철수하며 이우통 장관의 사임도 불가피해진 것이다. 일부 경기장은 올림픽 개막 직전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여 122년만의 첫 남미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빠트린 지카 바이러스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전국 27개 주 가운데 22개 주에서 보고됐다”며 “소두증 신생아 확진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지금까지 보고된 소두증 의심 사례는 6,480건에 달한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브라질 올림픽이 불과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하철 연장이나 필수적인 수도 건설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치안 불안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도 여전하다”며 “올림픽이 브라질에서 두통거리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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