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부분 일본 고등학생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배우게 된다.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고교 사회과 교과서의 약77%가 ‘독도는 일본땅이며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경향에 따른 역사 왜곡이 극에 달함에 따라 지난해 위안부 협상 타결로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한일관계에 또다시 격랑이 몰아칠 전망이다.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고교 교과서 검정결과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로 고교 1학년생이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 35종 가운데 27종(77.1%)에 독도 문제와 관련해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또는 ‘에도(江戶)시대(1603~1867)에 영유권을 확립했다’ 등의 표현이 들어갔다. 2013년 고교 저학년 사회 교과서 39종 가운데 27종(69.2%)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선 학교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 교육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2014년 1월 독도 문제를 ‘한국에 의한 불법점거’로 표현하고 주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중 ㆍ 고교 학습지도요령’ 및 ‘고교교과서 검정기준’을 발표한 뒤 고교 교과서에 대해 규정을 적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 사회과의 역사(8종), 공민(6종), 지리(4종) 등 3개 과목 18종 교과서에 빠짐없이 독도 관련 기술을 포함하도록 했다. 2014년 검정에서는 초등학교 5, 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 교과서에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번 검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크게 도발하지 않았다. 검정 신청이 지난해 상반기에 이뤄진 탓에 한일간 위안부 합의 내용도 반영되지 않았으며 대체로 종전 수준의 내용이 교과서에 기술됐다. 위안부 합의 내용은 내년 고교 2학년 주로 사용하는 교과서 검정 과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에 스즈키 히데오(鈴木秀生)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 항의하는 한편 시정을 요구했다. 스즈키 총괄공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하겠다”면서도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측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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