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층 내 분열
무소속 연대 바람 등
컷오프시 역풍 우려 확산
“20일까지 심사 매듭지어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가 18일 친박ㆍ비박계 간 공천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공천 여부와 관련해 경선을 부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 공천 문제로 여권 지지층 내 분열이 감지되는 데다, 섣불리 ‘컷오프’(경선배제) 할 경우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 바람이 거세게 불어 수도권뿐 아니라 전체 선거전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구 동을은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여론조사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해 늦어도 20일까지는 공천심사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류는 당초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 의원을 컷오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내에선 유 의원 공천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하면서 ‘공천이 아닌 친박계 사천’,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당’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친박계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 의원이 친박계의 ‘고사 작전’에 맞서 “내 발로는 못 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한 데다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움직임마저 감지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핵심관계자는 “유 의원의 공천이 늦어지면서 실제 새누리당 지지율도 빠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친박계가 유 의원 공천배제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공관위 기류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 공관위원은 “지금까지 공관위 논의에서 유 의원을 경선배제 해야 한다고 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경선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차례 실시한 사전 여론조사 결과 단수추천 할 정도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지 않아 단수추천은 줄 수 없다”며 “경선을 치르기 위한 마지노선은 20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밤 9시부터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 주재로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3ㆍ15 공천학살’로 불리는 7차 공천심사발표 의결 여부에 1시간 40분 간 논의했으나 경선을 벌인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의 후보를 이완영 의원으로 확정 지은 것 외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2시간 넘게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졌지만 경선지역 5곳에 대한 결과를 추인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 대표가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추인을 보류했다고 밝힌 5개 단수추천지역(원래 7곳이었으나 해당 지역 현역 의원 탈당으로 조정)은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았고 유 의원의 거취에 대한 논의는 다시 공관위로 넘어갔다. 다만 최고위는 낙천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의 컷오프 결정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공관위에 재의 요청을 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회의 도중 “독재정권에서 하던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 데 대한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외부 공관위원들의 사과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김을동 최고위원은 탁자를 치면서 “우리가 공관위에서 오는 것을 승인만 해주는 곳이냐, (공관위가) 당헌ㆍ당규(상향식 공천)를 안 지킨 게 원인이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반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7차 공천결과 추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맞서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열리기로 했던 공관위 전체회의는 외부 공관위원들이 김 대표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이 여파로 당 지도부는 오후 9시 재개하기로 했던 최고위를 취소했다가 오후 늦게 다시 열기로 입장을 번복하는 등 하루 종일 혼선을 거듭했다.
이날 공관위가 파행하면서 애초에 계획된 37개 지역구의 경선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 이로써 최고위가 추인을 보류한 단수추천지역을 포함, 40여곳에 달하는 지역구의 후보 확정 발표가 지연됐다. 새누리당은 현재 253개 지역구 가운데 149개 지역구의 후보를 최종 확정한 상태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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