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 3위 그친 최덕규 후보
2위 김병원 지지 문자 발송 의심
선관위, 선거 이틀 후 수사 의뢰
최 후보 계좌추적ㆍ통신내역 조회
후보 간 뒷거래 있었는지도 주목
이성희ㆍ최덕규 후보 캠프에
靑 출신 인사 합류 첩보도 확인 중
농협중앙회장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병원(63) 신임 농협 회장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덕규(66) 후보 측에 대해 계좌추적 및 통신내역조회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사실상 강제수사에 들어갔다는 뜻이어서 농협 수장 자리를 둘러싸고 후보들 간 모종의 ‘뒷거래’가 행해진다는,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될지 주목된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지난 1월 12일 치러진 농협 회장 선거와 관련,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최 후보 및 주변 인사들의 금융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휴대폰 통화내역도 조회하고 있다. 당일 오전 대의원 288명 등 290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영남 합천가야농협조합장 출신 최 후보는 74표를 받아 3위에 그쳤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같은 날 오후 1위(104표)였던 이성희(67) 후보와 2위(91표) 김병원 후보끼리 결선에서 맞붙었는데, 예상을 깨고 호남 출신의 김 후보가 163표를 얻어 수도권 출신인 이 후보(126표)를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이틀 후 “최 후보 측이 김 후보 지지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차 투표 직전 ▦선거인단 일부에 “저 최덕규는 김병원 후보를 지지합니다!!! 최덕규 올림”이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발송됐고 ▦최 후보와 김 후보가 손을 잡고 선거장소인 농협 대강당을 도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번호가 최 후보 본인의 휴대폰은 아니었지만,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선거 당일 최 후보와 주변인들의 통화내역은 물론, 동선 등을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미 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 후보 측의 적극적인 개입 정황이 확인되면 이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농협 회장 선거는 이 법에 따라 선관위가 감독을 하는데, 선거운동기간은 ‘후보자등록 마감일~선거 전날’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선거 당일에는 후보자 소견 발표 이외의 어떠한 선거운동도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길 땐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최 후보는 “그런 문자를 보낸 적이 없고, 김 후보와는 ‘잘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밖에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 최 후보와 김 후보 간에 밀약이 있었는지도 주목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쥔 농협 회장을 뽑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 간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있어 왔다는 게 정설이다. 과반수 득표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후보들 간에 서로 ‘밀어주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품 또는 이권제공 약속이 오고 갈 위험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검찰은 또, 애초 1순위로 꼽혔던 이 후보나 영남 출신인 최 후보의 캠프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직ㆍ간접적으로 합류했다는 첩보도 입수해 사실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권에 부담을 줄지도 모르는데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수사할 의지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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