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승리 후 내 역할 더 이상 없다” 말과 달리 배지 거저 달려는 모습
비례로만 5선 땐 전무후무 기록…진영 등과 막강한 계파 구축 예고
당 안팎선 “김종인당 만드나” 비난
親文 등 당내 세력과 충돌 가능성
“부도난 회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왔다가 당규 개정으로 대표이사가 되더니 이제는 막후 실세를 자임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김종인 대표는 권력 행사를 자제할 분이 아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공개된 4ㆍ13 총선의 비례대표 후보에서 당선 안정권에 배치된 것을 두고 ‘셀프 전략 공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더민주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을 15번으로 보고 있다. 애초 김 대표가 2번 후보로 발표됐다가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12번으로 미루기는 했지만 20대 국회 입성은 떼어 놓은 당상이며, 그는 헌정 사상 최초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선택을 두고 총선 이후에도 당에 남아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전날 밤 비대위 회의에서 “내가 욕심을 갖고 이 당에 온 게 아니며 당을 잘 되게 하기 위해 왔다”며 “당에 남아 대선 승리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종종 논란이 있었지만 지지자들이 김 대표의 모든 결정을 믿고 따랐던 것은 당의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묵묵히 가는 모습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이처럼 사심을 채우는 듯한 모습은 앞으로 총선을 이끄는 데 있어서 그의 지도력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당의 응집력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한명숙 대표는 비례대표 15번(선거 결과 21번까지 당선)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일부 비대위원들도 김 대표에게 당선 안정권의 뒤쪽에 배치하는 게 낫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현역 의원들을 자신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공천 배제(컷오프) 하며 반발을 샀던 김 대표가 정작 자신은 배지를 거저 달겠다고 하자 비례공천을 다시 하라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례대표를 4번 해봤는데, 비례대표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총선에서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안정권 배치로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 대표는 여의도를 떠나지 않아도 되고,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자신이 낙점한 비례대표 후보들과 박영선 의원 등 일부 비대위원들, 이날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까지 끌어 모을 경우 기존 당내 어느 계파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더민주를 ‘김종인 당’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정세균 계’의 주축 멤버들을 대거 컷오프 시킨 것을 두고도 다시 뒷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선 이후 김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그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더 이상 킹 메이커 노릇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대선 승리를 위해 애를 쓰겠다는 그의 발언까지 감안하면 직접 자신이 대권 후보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무적 판단 능력이 아쉬운 문 전 대표에게 김 대표가 큰 도움이 된다면 좋은 그림일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 대표가 총선 후 스스로 활동 공간을 키우려 할 경우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을 포함해 기존 당내 세력들의 반발이 폭발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셀프 공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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