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률 높았지만 계약률 81% 불과
투기 바람ㆍ분양 거품 논란 재연
시행사 “수요층 탄탄해 완판 자신”
분양 당시 역대 최고가 아파트로 화제성과 고분양가 논란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에서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가 발생했다. 시행사 측은 “수요층이 탄탄해 ‘완판’은 시간문제”라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고분양가 후폭풍의 결과로 지역 부동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업계는 향후 계약률이 분양 거품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시행사 엘시티PFV는 총 882가구 중 계약금을 미납한 110가구에 대해 최근 해약을 통보했다고 21일 밝혔다. 미분양된 55가구를 합치면 총 165가구(18.7%)가 주인을 새로 찾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 17.2대 1, 최고 경쟁률 68.5대 1로 1순위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계약률이 저조한 편이다.
전용면적 144~244㎡로 구성된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옛 한국콘도와 주변부지 6만5,934㎡에 들어서는 단지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최고 85층), 국내 최초의 ‘비치프론트’(해운대 백사장과 맞닿은)아파트, 최고 분양가 등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730만원이지만 펜트하우스 6가구는 최고 3.3㎡당 7,008만원에 달해 한 가구당 분양가가 15억~6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집값이 고가로 책정된 탓에 시행사는 계약금(10%)을 1차 5,000만원, 2차 나머지 금액(가구당 평균 1억5,000만~2억원)으로 나눠 내게 했지만, 기한인 작년 11월 말을 지나 지금까지도 2차분을 내지 못해 계약 해지된 가구가 110가구나 됐다. 엘시티 측은 “가장 비쌌던 펜트하우스는 계약까지 완료됐고, 잔여분도 부유층으로 구성된 대기 수요자들이 충분해 빠른 시일 내 완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해지 시 큰돈(1차 계약금 5,000만원)을 떼일 걸 알면서도 이를 포기한 것은 당초 우려됐던 고분양가 후유증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차익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 앞으로의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이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거래된 이 단지의 분양권 실거래가는 전용 144㎡(2건)는 17억7,400만~18억6,500만원, 전용 161㎡(4건)는 14억9,700만~20억1,300만원, 전용 186㎡(5건)는 19억4,100만~23억1,200만원이다. 웃돈이 전혀 붙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잔여 세대의 계약률이 이 지역 분양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총선 이슈가 사라지고 지방의 대출규제도 시작되는 5월 전까지는 마무리하는 게 최상인데 현 주택 시장이 작년보다 좋지 않다는 점, 수요자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점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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