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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불명예’ 대장암, 과식이 가장 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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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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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0세 나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대장암 검진을 위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이 대장암종을 제거하기 위한 복강경수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45~80세 나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대장암 검진을 위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이 대장암종을 제거하기 위한 복강경수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과식하지 말라’ ‘현미ㆍ잡곡밥과 통밀 빵을 먹어라‘ ‘과일을 매일 적당히 먹어라’….

제9회 암예방의 날(21일)을 맞아 대한암예방학회가 ‘한국인 대장암 예방수칙’을 처음 제정했다. 대장암은 갑상선암, 위암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흔한 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184개 나라 가운데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 당 45명(2012년 기준)으로 세계 1위다.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의 1999~2012년 암 발생 통계에서 대장암은 해마다 5.2%씩 증가했다. 김나영 대한암예방학회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최근 선진국들은 철저한 예방으로 대장암 발병이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식생활의 급격한 서구화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증상이 없어도 45~80세 나이라면 1~2년에 한 번씩 대장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했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젊은 연령에서 대장암이 많이 생기는 것을 감안해 50세에서 45세로 낮췄고, 반대로 80세 이상에서는 검진에 따른 합병증 등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 제외했다”고 했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1주일에 2번 이내로 먹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1주일에 2번 이내로 먹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적색육ㆍ가공육 주 2회 먹으면 대장암 18% 높여”

대한암예방학회가 첫손에 꼽은 대장암 위험 요소는 ‘과식’이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과식을 자제하고 적절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암연구협회도 최근 비만과 복부 비만이 술과 붉은 고기 섭취 못지 않게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팀 키 옥스퍼드대 교수와 캐슬린 브래드버리 박사는 국립암연구소(NCRI) 학술회의에서 40~69세 남녀 50만 명을 조사한 결과,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1주일에 2번 먹는 사람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가능성이 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가공육을 1주일에 4번 먹는 사람은 같은 기간 1번 이하로 섭취하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42%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붉은 고기와 햄 등 육가공 식품은 적당량만 섭취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생선과 두부로 보충하라”고 했다. 칼슘은 대장암 발병률을 22%까지 낮추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박영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대장암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박영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대장암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빵보다 떡을 자주 먹으면 대장암 억제”

흰 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밥을, 흰 빵보다는 통밀 빵을 먹는 게 좋다. 그런데 떡을 자주 먹는 사람은 빵을 자주 먹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을 낮춘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박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20세 이상 150명 등 266명을 조사한 결과, 빵을 자주 섭취하는 그룹은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2.26배 높아졌다. 반면 떡을 자주 섭취하는 그룹은 적게 섭취하는 그룹보다 대장암 발생이 0.35배 낮았다. 빵을 즐겨 먹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반대로 떡을 즐겨 먹으면 그 위험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채소와 버섯ㆍ해조류도 자주 섭취해 섬유소와 비타민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과일은 매일 적당량 먹되 주스나 말린 과일보다 생 과일이 암 예방에 도움 된다.

니시노 호요쿠 일본 교토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가 펴낸 ‘암 억제 식품사전’(전나무숲 발행)에 따르면 호박 당근 시금치 신선초 고구마 아스파라거스 파슬리 가지 샐러리 등이 암 억제 식품으로 꼽혔다. 당근과 호박에는 베타카로틴, 알파카로틴 등 천연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암 억제 작용을 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시금치에도 카로티노이드와 루테인 성분이 많아 암을 막는다. 미나리과 신선초에 들어 있는 칼콘과 트리테르페노이드 물질이 항암작용을 한다. 고구마에 들어 있는 강글리오시드 성분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구범환 대한암협회 회장은 “평소 동물성 고지방 식품보다 암 억제 효과가 있는 천연 채소류, 생선, 해조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장암 예방에 도움되는 다른 영양소로는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B가 있다. 김윤재 가천의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을 22%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몸에 나쁘다고 해서 탄수화물(쌀밥, 밀가루)과 지방, 단백질(고기)를 과도하게 줄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ㆍ절주도 필요”

신체활동을 늘리고 금연하고 음주량을 줄이면 대장암 예방에 좋다. 남성의 경우 활발히 운동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20%까지 낮아진다. 운동으로는 빠르게 걷기나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도 대장의 기능을 돕는다. 오상철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운동이 배변을 이롭게 해 대변에 포함된 발암물질과 접촉 시간을 줄여주고 비만 예방에도 기여한다”고 했다. 폭음하는 사람도 음주하지 않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1.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한국인 대장암 예방수칙>

①과식하지 말라.

②백미 대신 현미나 잡곡밥, 흰 빵 대신 통밀 빵이 좋다.

③채소, 해조류, 버섯 등을 자주 먹는다.

④과일을 매일 적정량 먹는다.

⑤소고기, 돼지고기, 육가공식품(햄, 베이컨, 소시지 등)은 적당량만 섭취한다.

⑥고기를 구울 때 숯불로 굽는 것을 피하고, 고기가 타지 않도록 한다.

⑦견과류는 매일 조금씩 먹는다.

⑧칼슘, 비타민 D, 비타민 B 성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⑨몸을 많이 움직여라.

⑩음주를 줄여라.

<자료: 대한암예방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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