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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먹이를 어렵게 구하는 동물이 더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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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먹이를 어렵게 구하는 동물이 더 행복하다고?

입력
2016.03.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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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은 조선의 21대 왕 영조는 일관성 없는 반응으로 사도세자를 미치게 했다는 말이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원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일 것이다.

작가 알랭드 보통의 책 ‘불안’을 보면 불확실성을 불안의 한 원인으로 봤다. 지위가 정해진 전통사회보다 급속하게 변하는 경제사회 속에서는 개인적 성취로 지위를 쟁취해야 하므로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라고 했다. 반대로 모든 것이 너무나 확실할 때 우리는 지루함을 느낀다.

불확실한 삶과 확실한 삶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아무런 결정권 없이 갈아 끼워도 좋을 하나의 부품이 되는 것보다 능력을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이를 가로 막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동물도 자신의 환경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할 때, 즉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하지 못할 때 사람과 비슷한 불안, 지루함,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이는 같은 자리를 반복해 움직이거나 자신의 털을 뽑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불확실한 삶에서 멀어져 동물들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으로 ‘동물행동풍부화’라는 용어가 있다. 동물행동풍부화란 동물원 동물, 실험실 동물, 반려동물 등 제한된 공간에 있는 동물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동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코끼리가 코를 이용해 통에 든 먹이를 꺼내 먹도록 '코끼리모빌'을 설치했다. 양효진 제공
코끼리가 코를 이용해 통에 든 먹이를 꺼내 먹도록 '코끼리모빌'을 설치했다. 양효진 제공

단순히 고통을 없애고 이상행동을 예방하는 차원이 아니다. 동물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동물 복지의 수준을 높인다. 예전부터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다.

1920년대에 심리학자인 로버트 여키스는 연구소에 있는 비인간 영장류를 위한 풍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갇혀 있는 영장류를 위해 놀거나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발명하고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동물행동학 교수인 홀 마코위츠 등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행동 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를 시작했다. 동물이 복잡한 행동을 해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면 먹이가 나오는 공학적 장치를 만들었다. 이를 ‘행동 엔지니어링’이라 불렀다. 원하는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긍정적 강화훈련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다이아나원숭이가 토큰을 기계에 넣으면 먹이가 나오거나 흰손긴팔원숭이가 빛으로 된 신호를 보고 레버를 내리면 방사장 높은 곳에서 먹이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장치를 사용할 때 동물이 하는 행동은 자연스럽기 보다는 인위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보다 야생과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환경 풍부화’(Environmental enrichment) 개념이 등장했다. 동물에게는 복잡하고 자연적인 공간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환경을 조성했을 때 야생에서의 행동뿐 아니라 번식행동, 건강 등에도 영향을 미쳐 동물의 복지를 높일 수 있다.

동물원 동물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환경 변화를 통해 적절하게 마련해 줘야 한다.

다양한 먹이통을 이용해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양효진 제공
다양한 먹이통을 이용해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양효진 제공

예를 들어 자이언트판다가 방사장의 다양한 환경 중 자신이 보금자리를 선택한 경우 불안 행동이 줄었고 스트레스 수치를 나타내는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줄었다. 쥐가 스스로 새로운 공간으로 갔다가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혔을 때는 코티솔 수치가 늘었지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때는 늘지 않았다. 이렇게 동물이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 새로운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향수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호랑이. 아래 왼쪽은 고양이과 동물이 자극적인 냄새에 반응하는 플레멘 반응이다. 양효진 제공
향수에 다양하게 반응하는 호랑이. 아래 왼쪽은 고양이과 동물이 자극적인 냄새에 반응하는 플레멘 반응이다. 양효진 제공
아래쪽에 꽂혀 있는 파파야를 먹기 위해 매달린 부라자원숭이. 양효진 제공
아래쪽에 꽂혀 있는 파파야를 먹기 위해 매달린 부라자원숭이. 양효진 제공

특히 어릴 때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쥐는 단순한 환경에서 자란 쥐보다 정형행동이 적었다. 실험용 쥐에게 풍부화를 적용 했을 때 해마의 신경이 발달했다. 해마는 정보를 암호화하여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뇌의 일부로, 풍부화가 동물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풍부한 환경은 동물이 환경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풍부한 환경의 앵무새는 새로운 물건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호기심이 많았다. 뇌 손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의 회복 및 번식에도 도움이 됐다.

이렇게 동물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어렵게 얻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아래쪽에 떨어진 먹이보다 먹이통 안의 먹이를 먹는 아메리카테이퍼. 양효진 제공
쉽게 먹을 수 있는 아래쪽에 떨어진 먹이보다 먹이통 안의 먹이를 먹는 아메리카테이퍼. 양효진 제공

동물심리학자 글렌 젠슨이 만든 단어인 ‘콘트라프리로딩(contrafreeloading)’은 동물들이 자유롭게 먹이를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서 먹이를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가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두 번째는 종 특이적인 행동을 표현하기 위해, 세 번째는 이러한 장치로 정교한 행동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12.5%에 도달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 동물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청년들에게 성취와 도전의 기회를 갖고 인생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물행동풍부화를 설명하는 사육사노트. 양효진 제공
동물행동풍부화를 설명하는 사육사노트. 양효진 제공

Tip. 풍부화는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환경을 바꿔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예산과 공간의 한계로 더 나은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없다면 먹이통이나 물건들이 도움이 된다.

다만, 고양이에게 장난감을 주면 처음에는 잘 가지고 놀다가 내버려두는 것 같이 이러한 장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습관화가 일어난다. 그 기간과 정도는 종, 개체, 환경에 따라 다양하지만 가급적 일정기간이 지나면 바꿔 주는 것이 효과가 좋다. 평소에도 장난감이나 먹이통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 두었다가 사용해야 한다.

동물원 등의 기관에서는 이러한 인위적인 물건들을 사용하는 동물의 모습이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명회, 설명패널,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풍부화에 대해 잘 알려줄 필요가 있다.

서울동물원 동물큐레이터 양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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