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이하 현지사간)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범의 신원을 밝히는 수사가 진전되면서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범과의 연결고리도 드러났다. 파리 테러 조직이 총책 압델 하미드 아바우드의 사살로 와해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살아남아 브뤼셀 테러를 저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브뤼셀 국제공항 테러범 중 사망한 1명의 신원은 나짐 라크라위(25)라고 23일 보도했다. 당초 경찰은 살아남아 도망친 1명을 라크라위로 추정했으나 AFP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한 시신에서 라크라위의 유전자가 추출됐다고 보도했다. 라크라위는 파리 테러 때 사용한 액체폭탄(TATP) 조끼를 제작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테러 조직 이슬람 국가(IS)에 합류해 폭탄제조법을 배웠으며, 지난해 유럽으로 돌아온 이후 18일 브뤼셀 몰렌베크에서 체포된 파리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27)과 함께 행동해 왔다. 그의 동생은 벨기에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로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무라드(20)로 알려졌다.
앞서 벨기에 수사당국은 총 4명의 테러리스트 중 2명이 이브라힘(30)ㆍ칼리드(27) 엘바크라위 형제라고 공식 발표했었다. 엘바크라위 형제 중 형인 이브라힘은 라크라위와 함께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동생 칼리드는 EU 본부와 인접한 말베크 지하철역에서 자살 폭탄을 터트렸다.
특히 동생 칼리드는 파리 테러에 가담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모하메드 벨카이드(36), 살라 압데슬람이 머무른 은신처를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벨기에 경찰은 2015년 12월 남부 도시 샤를루아의 은신처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아바우드와 동료 1명의 지문을 발견했다. 아바우드가 파리 테러 전 샤를루아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모하메드 벨카이드는 수도 지구 남서쪽 포레스트의 한 아파트에서 머물다 15일 벨기에 경찰의 급습을 받아 사살됐다. 두 은신처 모두 칼리드가 제공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안보당국자들이 총책인 아바우드 사살로 파리 테러집단을 붕괴시켰기를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들이 금방 전열을 정비해 브뤼셀 테러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테러 직후 브뤼셀을 방문 중인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테러조직의 규모가 최소 30명에 이른다며 여전히 7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 카프리올리 전 프랑스 국토감시국(DST) 대테러담당 부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당초 총책으로 알려졌던 아바우드가 조직원들을 직접 끌어모았는지, 아니면 조직원들이 파리와 브뤼셀이라는 가까운 장소에 모여 집단적으로 테러를 저질렀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압데슬람 변호인 측은 “압데슬람은 브뤼셀 테러에 대해서 미리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공모 가능성을 부인했다.
한편 신원이 드러나면서 벨기에 안보 당국의 무능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엘바크라위 형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테러 관련 혐의를 받던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3일 “브뤼셀 테러범 중 한 명이 IS에 합류하려다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렸음에도 벨기에 당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터키 대통령실은 이 인물이 엘바크라위 형제 중 형인 이브라힘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생 칼리드는 2015년 8월부터 인터폴에 의해 적색수배(국제체포수배)된 인물이었음에도 가명을 사용해 벨기에 내에 파리 테러범들을 위한 도피처를 마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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