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뒷골목의 건물 외벽, 전기 스위치가 있던 조그만 공간에 종이컵이 끼워져 있다(왼쪽). 정면이 아니면 눈에 띄지 않는 사각(死角)을 활용한 쓰레기 투기가 절묘하다. 가운데 사진은 정동길의 한 공사장 가림막이다. 누군가 파손으로 생긴 틈새에 종이컵을 쑤셔 넣었다. 우격다짐으로 쓰레기를 구겨 넣은 그 순간 자신의 양심엔 더 큰 구멍이 났을 게 뻔하다. 종이컵 모자를 쓴 소화전은 만리동 대로변의 풍경이다. 누군가에게 따끈한 커피를 담아 주었을 종이컵의 구겨진 말년(末年)이 하나같이 처량하다. 거리가 깨끗할수록 교묘하고 불량한 쓰레기는 점점 늘어난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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