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未婚) 아닌 비혼(非婚)이 대세다. 결혼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15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20대는 2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젊은 남성들은 어렵게 직장을 구하더라도 비싼 주거비와 양육비 탓에 가정을 꾸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젊은 여성들은 출산 및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을 우려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며 부계 혈통이 강조되는 결혼제도를 거부하고 독립적 생활을 꿈꾸는 비혼주의 여성도 많다.
▦ 비혼과 저출산은 세계적 현상이다. 인구대국 중국은 머지않아 젊은이 한 사람이 부모 둘과 조부모 넷을 부양해야 하는 ‘4-2-1’ 사회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노동력 크기에 비례한다. 저출산으로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면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미래의 나이 든 노동자는 지금보다 오래 일하고, 젊은 노동자만큼 열심히 일하며, 신기술도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인이 현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노동생산성을 40% 끌어올려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 비혼과 저출산은 생활수준의 후퇴를 의미한다. 기원 후 1년부터 1750년까지 세계 인구 성장률은 연평균 0.064%에 불과했다. 원치 않는 비혼이 많았던 탓이다. 가톨릭교회는 결혼한 이들에게만 출산을 허용했다. 가정을 꾸릴 경제력이 없는 남자들은 신부를 얻을 수 없었고, 지참금 없는 여성들은 수녀원으로 들어가야 했다. 낮은 인구 성장률은 생산력 정체로 이어졌다. 기원 후 500년부터 1500년까지 1,000년 동안 유럽의 GDP 성장률은 제로였다. 1,000년 전 사람들과 비슷한 양의 음식을 먹었고 평균수명도 약 25세로 비슷했다.
▦ 역사적으로 어느 문명권이나 인구 유지를 위해 결혼을 강제하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했다. 혼전 성관계와 동성애를 금지하고, 낙태를 처벌하며, 여성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민주주의 사회이니 좀 더 개방적 방법이 요구된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선 전체 어린이의 절반이 혼외관계에서 태어난다. 비혼세대의 등장은 동거나 입양, 이민, 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제도권으로 수용해야 하는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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