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벨기에 동시 폭탄테러의 핵심 용의자가 최소 5명 이상이며 핵시설 공격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경찰은 그러나 테러 발발 사흘이 지나도록 달아난 용의자들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테러 수사능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에서 2차례 자살 폭탄을 터뜨린 범인은 나짐 라크라위(25ㆍ사망)와 이브라힘 엘바크라위(30ㆍ사망)로 확인됐다. 공항에서 사망한 2명과 이들을 지원한 흰색 옷차림의 남성까지 모두 3명이 폐쇄회로에 모습이 찍혔지만 도주한 남성은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항 테러 1시간 뒤 브뤼셀 지하철 열차 칸에서 자폭 테러를 벌인 범인은 현재까지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명은 이브라힘의 동생인 칼리드 엘바크라위(27)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칼리드 옆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이야기를 나눈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의문의 남성은 현재까지 신원은 물론 생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남성은 칼리드가 탄 전동차에 동승하지 않았다.
테러범들은 특히 벨기에 내 핵 시설 공격까지 계획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벨기에 일간 데르니에외르(DH)는 “엘바크라위 형제가 벨기에 핵 프로그램 연구개발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촬영했다”며 “이 책임자를 납치해 핵 연구소에 침입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흘이 지나도록 사건 용의자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벨기에 안보당국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엘바크라위 형제는 미국 대테러 당국의 ‘잠재적 테러 위협 인물’ 명단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국제 공조에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얌 얀본 벨기에 내무장관과 쿤 킨스 법무장관은 “과실이 있었다”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샤를 미셸 총리는 이를 반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테러를 예방하지 못했던 것은 물론, 사후 수사에도 진척이 없어 벨기에 사법당국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벨기에 연방검찰은 24일 브뤼셀과 스하르베크를 급습해 테러 관련 용의자 6명을 추가 체포했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18일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26)을 생포하기 위해 이 곳을 급습했고, 폭탄 제조용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못과 화학 물질, IS 깃발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추가 체포한 6명이 이번 테러에 연관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파리 테러 이후 추가 테러를 계획한 핵심 용의자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체포된 용의자는 프랑스 국적이며, 위험성이 임박한 상태(advanced stages)의 테러 작전에 연루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브뤼셀 테러와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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