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과자도 초콜릿이 입혀진 것만 찾고 식사는 탄산음료 한 잔으로 마무리 하는 기자.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찌는 것은 아닐까.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기자는 21일 평소와 같은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당류(糖類)를 섭취하는지 계산해 봤다. 궁금증과 걱정이 교차했다.
오전 7시 기상과 함께 냉장고에서 전날 밤 미리 깎아 둔 후지 사과 1개(200g)를 아침 대용으로 꺼내 먹었다. 사과는 종류마다 당 함유량이 다른데, 후지 품종은 114㎉의 열량을 내고, 30.6g의 당을 포함하고 있었다.
오전 9시 30분 이날 쓸 기사 보고를 마치니 배고픔이 몰려왔다. 곰보빵 1개(70g)와 흰 우유 1팩(250㎖)으로 허기를 달랬다. 곰보빵의 열량은 277㎉, 당은 12g이 들어 있다. 우유 1팩(열량 175㎉)에는 12.5g의 당이 포함돼 있었다. 점심식사 전 또 당을 섭취했다. 팀 회의를 열면서 오미자 1잔(열량 60㎉)을 마셨기 때문. 오미자차에서 8g의 당을 섭취했다.
점심식사 메뉴는 낙지연포탕이었다. 연포탕은 1 큰 국그릇(1,000g)이 542㎉의 열량을 낸다. 나트륨은 대량(2,337mg)으로 포함하고 있었지만, 당류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2013년 외식영양성분 자료집) 연포탕에 곁들여 흰 쌀밥 반 공기(100g), 반찬으로 콩나물 무침, 시금치 나물을 먹었지만 여기에도 당은 전혀 없다. 푸짐하게 점심식사를 했지만, 당 성분은 전혀 흡수하지 않았다.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해 커피숍을 찾았다. 주문한 것은 카페라테 스몰(354g) 사이즈 1잔. 단맛을 즐기는 탓에 흰 설탕 2.5g을 추가했다. 동행자들로부터 “그럴 거면 아예 바닐라라테를 시키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설탕을 털어 넣은 카페라테의 풍미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설탕은 한 봉지(5g)를 다 넣지 않고 반만 넣었다. 한국소비자원의 ‘커피전문점 브랜드별 영양성분조사’에 따르면 이날 마신 커피는 1잔(열량 210㎉)에 당 18g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다 2.5g의 설탕을 따로 추가했으니 총 20.5g의 당을 폭풍 섭취한 셈이다.
힘든 마감을 마치고 드디어 퇴근. 귀갓길에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한 떡볶이 집에서 김말이 튀김과 함께 떡볶이 한 접시를 주문했다. 콜라 한 캔(245㎖)을 곁들였다. 떡볶이의 경우 조리법에 따라 당류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외식영양성분 자료집을 참고해 계산한 결과 떡볶이 1인분(200g)의 열량은 304㎉이며, 7g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다. 탄산음료의 당 함유량은 캔 표면의 영양성분표시로 확인했다. 한 캔에 무려 27g의 당이 포함돼 있다. 오전에 먹은 사과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당 함량이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9시. 밀린 일처리를 위해 노트북 앞에 앉으니 입이 심심했다. 막대 초코과자 한 통을 뚝딱 해치웠다. 열량이 220㎉인 이 과자에는 12g의 당이 들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총 당류(식품 내 존재하거나, 식품의 가공 시 첨가되는 당)는 총 에너지섭취량의 10~20%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에 총 2,000㎉의 음식을 섭취했다면 당류는 그 10~20%인 200~400㎉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얘기다. 1g 당 4㎉의 열량을 내므로 하루 50~100g의 당류 섭취가 적정하다. 특히 설탕, 꿀, 시럽 등 식품을 조리ㆍ가공할 때 사용하는 첨가당은 총 에너지섭취량의 10% 이내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자는 하루 동안 2,741㎉의 음식을 먹었고, 131.6g의 당류를 섭취했다. 2,741㎉의 10~20%는 68.5~137.05g이므로 권장섭취기준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성인 여성에게 권장되는 하루 섭취 칼로리가 2,000㎉인 것을 감안하면 섭취량 자체가 너무 많았고, 그만큼 당 섭취도 많은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당류 섭취량(72.1g)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총 에너지섭취량의 19.2%를 당으로 섭취한 것인데, 30대 평균 당 섭취 비중인 12.7%와 견주어도 높은 수치다.
첨가당의 경우 조리법을 유추해 계산해 보면 60~67g 정도를 섭취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권장섭취기준(총 에너지섭취량의 10%)에는 부합했으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엄격하게 제시한 권장 섭취량(총 에너지섭취량의 5%)보다는 2배 가까이 많았다. 평소 콜라를 마실 때 리필해서 2,3잔을 마셨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당 함량이 너무 높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쉽지만 카페라테에 시럽이나 설탕을 넣는 습관도 이제는 이별할 때가 된 것 같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커피에 따로 넣어 먹거나 음식을 조리할 때 넣는 설탕 등 첨가당은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탄산음료, 가공된 과일주스 대신 물, 보리차, 녹차 등을 마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당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니 무조건 줄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다른 영양소를 같이 섭취하게 되는 과일, 우유 등은 줄이지 말되, 조리 시 넣는 설탕 등 첨가당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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