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활용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이 다음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란 뜻인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에게 기존 수익률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금융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최근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 간에 펼쳐진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로보어드바이저는 한층 더 주목받게 됐다. 이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가 앞으로 ISA 흥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내달 중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일임형 ISA 상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다. 일임형은 신탁형과 달리 구체적인 자산 운용권을 해당 금융사에 맡기는 상품이다. 지금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랩 어카운트(일임 상품)나 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하면서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ISA 관련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우증권은 성과가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의 운용상품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일임형 ISA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소 가입 비용을 500만원까지 낮춰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부담 없이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이를 위해 디셈버앤컴퍼니, 쿼터백투자자문, 밸류시스템투자자문, 써미트투자자문 등 4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었다. 금융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한 일임형 ISA 상품 출시가 현행 제도하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허용할 방침이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기존 일임형 ISA 상품처럼 분산 투자 원칙을 지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만 하면 출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야말로 (재산형성을 도와준다는) ISA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A 고객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개발 중인 삼성증권은 이르면 이달 안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상품을 출시하고 뒤이어 ISA용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독자 기술의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이 완료되면 일반 상품은 물론 ISA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QV 로보어카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NH투자증권[005940]은 ISA 일임 상품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일임업 자격을 얻는 단계여서 내달 중 일임형 ISA 판매에 나설 예정인 은행권도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두영 쿼터백투자자문 부대표는 "일부 은행들과 일임형 ISA에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상품을 공급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증권사나 은행의 전문인력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을 응대하고 자산운용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어서 이 서비스는 급속도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10곳과 은행 4곳이 올해 안에 로보어드바이저에 바탕을 둔 자산 관리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금융사 중 상당수는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ISA용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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