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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라호르 자폭 테러…‘핏빛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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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라호르 자폭 테러…‘핏빛 부활절’

입력
2016.03.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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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 굴샨-에-이크발 공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한 파키스탄 시민을 가족이 진정시키고 있다. 라호르=A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 굴샨-에-이크발 공원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한 파키스탄 시민을 가족이 진정시키고 있다. 라호르=AP 연합뉴스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州) 주도이자 파키스탄 내 제2규모 도시인 라호르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72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의 분파인 ‘자마툴아흐랄’이 테러 배후를 자처하며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가 우리 공격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라호르 남동쪽 고급 주거구역인 이크발 내에 있는 굴샨-에-이크발 공원 출입구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일간지 돈(DAWN)은 목격자를 인용해 “현장은 울음소리, 피와 흩어진 신체로 가득했다”고 보도했다. 일요일 저녁 공원에는 부활절 휴일을 축하하기 위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몰려 피해가 더욱 컸다. 파키스탄 경찰은 “당시 공원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가족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라호르 시의 지나흐병원 관계자는 이 병원에만 시신 40여구가 도착했다며 “중상자가 200명이 넘는데 상당수가 중태라서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의 자식과 형제자매가 공격당했다”며 “무고한 생명의 죽음에 비통함과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라힐 샤리프 파키스탄 육군총장은 28일 회의를 열어 펀자브주 전역에서 테러단체 소속 무장 반군과 후원자, 은신처를 소탕하는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경찰은 자폭테러범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의 가족과 친구 등 3∼4명을 체포해 테러 관련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직후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가 이날 범행의 배후를 자처했다. ‘자마툴아흐랄(자유전사당)’의 에흐사눌라 에흐산 대변인은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며 “학교나 대학교를 포함한 장소에 유사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마툴아흐랄은 2014년 TTP가 파키스탄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작하자 이에 반발해 분리 세력이 된 후 여러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자마툴아흐랄은 지난해 12월 29일 북서부 마르단의 공공기관에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주민등록증 발급을 기다리던 26명의 생명을 앗아간 적도 있다. 또 올해 3월 7일에는 북서부 차르사다 지역 법원 입구를 자살폭탄으로 공격해 17명이 사망했다.

전체 파키스탄 국민의 1.6%에 불과한 파키스탄 내 기독교도는 정부 공공기관과 더불어 파키스탄 테러집단의 주요 공격대상 중 하나다. 이들 중 다수는 남서부에 있는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에 거주하지만 탈레반 본거지와 가까운 라호르나 페샤와르에도 상당수가 거주해 테러집단의 표적이 되고 있다. 2013년 페샤와르 교회를 겨냥한 자살폭탄테러로 82명이 숨졌고 지난해 3월 15일에는 라호르 교회 공격으로 17명이 사망했다. 교황청은 이번 공격을 “기독교 소수자를 향한 광신적 폭력”이라 규정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라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28일(현지시간) 희생자의 관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라호르=로이터 연합뉴스
라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이 28일(현지시간) 희생자의 관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라호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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