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 비상장주로 고수익
공시정보 없던 넥슨 80만주 사들여
셀트리온ㆍCNK 사건도 법조인 등장
“공무원 영리업무 금지의무 어긴 것”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인 진경준 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의 주식을 매도해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공직자 재산공개로 드러나면서 법조인들의 부적절한 주식투자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확실한 내부정보가 없으면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부당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은 지난해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팔아 불과 1년 만에 38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05년 진 검사장의 주식 취득 당시 넥슨은 비상장회사로 공시된 정보가 없었다. 수익성이 불확실한데도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미루어 확실한 내부정보를 취득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진 검사장은 2011년 이전까지는 매년 50억~60억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넥슨이 상장한 2011년 이후 재산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신고액이 156억원에 달했다. 특히 진 검사장이 주식 매입 당시 액면가(500원)대로 샀다면 4억원을 투자해 10년 만에 120억원 이상을 번 셈이라 전문투자자도 부러워할 '주식고수'로 불릴 만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8일 “넥슨은 10여 년 전에도 유망주로 꼽혔기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높았지만 비상장 주식은 손실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 없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의 주식투자를 둘러싼 의혹은 처음이 아니다. 검찰 출신인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2013년 재임 당시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던 코스닥상장사 셀트리온에 가족 명의로 1만7,500주를 투자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종가기준 8억2,000여만원 상당이었던 셀트리온 1만7,500주는 박 전 위원장이 보유한 유일한 주식이었다. 특히 그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인천 제물포고 선배라는 점은 의혹을 더했다.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 재산이 셀트리온 주식 한 종목을 사들인 ‘몰빵 투자’였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는 기업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자원개발업체인 CNK 임원을 지낸 판사 출신 A변호사가 CNK 매매를 통해 9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당시 다른 사람 명의로 운영하던 회사자금 43억원 상당을 자녀 명의로 CNK 주식에 투자했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차익을 냈다는 혐의를 받았다. 2014년에도 대형로펌 소속 B변호사가 차명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법조인들의 주식투자는 자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주식투자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법조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운 고급정보를 손쉽게 얻어 사익을 추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업에서 왜 검사와 판사, 변호사에게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주식을 저가에 주겠나.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해결해 주리라 믿고 투자하는 보험금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법조윤리 강의’를 쓴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업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리업무금지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이 의무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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