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언론ㆍ사상통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언론계의 반발도 표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인터넷까지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기 시작했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현지시간)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행되는 진보성향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의 간판기자 위샤오레이(余少?)가 당국의 언론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문화면을 편집하는 위 기자는 전날 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사직서에서 “더는 공산당의 성(姓)을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중앙(CC)TV 방문 당시 등장한 “CCTV의 성(姓)은 공산당이며 우리는 검열을 요청한다”는 충성문구를 겨냥한 표현이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新華通信)의 전직 기자도 이달 초 중국 당국의 언론통제 반발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 고위관리를 비판했다가 행정직으로 좌천당한 대외부 직원 저우팡(周方)은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언론통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공개서한을 관련기관에 보냈다. 유명 파워블로거인 런즈창(任志强)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은 지난달 관영매체의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 한 ‘충성 맹세’를 공개 비판했고, 정협 위원인 상하이차이징(上海財經)대학 장훙(蔣洪) 교수도 지난 3일 정협 회의에서 당국의 언론 검열을 비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들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및 언론ㆍ사상통제가 강화된 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특히 언론ㆍ사상통제를 둘러싼 갈등이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간접적 흐름과 일부 맞물려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양회 기간 중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실렸던 인터넷매체 무계신문(無界新聞)의 경우 어우양훙량(歐陽洪亮) 사장과 황즈제(黃志杰) 주필 등 수십명이 당국으로부터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저명언론인 자자(賈?)가 당국에 구금됐다가 일주일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또 다른 공개서한이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 산하 한 웹사이트에 게시돼 파장이 예상된다. ‘충성스러운 중국 공산당원 171명’ 명의의 이 서한은 시 주석이 개인숭배와 독재, 민생 외면, 군 사기 저하, 부패 등 5가지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무계신문의 사례로 볼 때 언론계에 대한 통제와 탄압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 중국 당국은 반발 흐름이 가시화하자 언론ㆍ사상통제의 고삐를 더욱 옥죄는 분위기다. 시 주석 예방 이후 인민일보(人民日報)를 비롯한 관영매체들은 공산당의 영도력과 정부의 방침 전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당국이 자국 내에서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인터넷사이트를 사실상 등록ㆍ관리제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공업정보화부가 마련한 ‘인터넷 도메인 관리방법’은 “국내(중국) 기관의 관리를 받지 않는 서비스 제공자는 중국으로 접속할 수 있는 도메인을 제공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에서 사이버공간을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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