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유출된 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국내 언론사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문건이 아닌가 싶다. 요약 번역본이 돌고, 전체 번역본이 나오고, 분석 기사도 수없이 쏟아졌다. 이를 본딴 혁신보고서를 만든 국내 언론사들도 많다.
당시 국내 언론사들이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뉴욕타임스조차 디지털 혁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주체의 비전과 열정이 기자들에 의해 가로막히는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당시 뉴욕타임스 디지털 기획팀장인 이안 아델만은 비편집국 구성원들이 편집국과 ‘같은 팀’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해 혁신 동기를 잃어간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는 편집국 성원이 디지털 사업부문 책임을 맡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자와 편집국이 조직의 핵심을 이루는 전세계 올드미디어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올해 3월 31일 유출된 독일의 슈피겔 혁신리포트조차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여름 세계신문협회(WAN-IFRA) 연차총회에서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은 “1면 편집회의를 ‘디지털 스토리 회의’로 전환하는 등 혁신보고서에 나온 제안을 모두 실제 구현했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3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컨퍼런스에서 마이클 골든 부회장은 “지난한 과정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느낀다”며 혁신을 이끌어 온 8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다. 변화는 반드시 경영진에서부터 시작해 하향식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디지털에 ‘공격적으로’ 집중하라는 것. ‘디지털 퍼스트’ 대신 ‘공격적으로’(aggressively)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골든 부회장은 “우리 목표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도 있는 신문사’가 아니라 ‘신문도 찍는 디지털 회사’”라면서 “저널리스트들에게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제공하라, 가상현실(VR) 저널리즘 등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독자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비즈니스를 리드하라는 것도 강조했다.
‘우리 서비스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 되도록 하자’는 여섯 번째 원칙도 눈에 띈다. 골드만 부회장은 “우리 독자들은 하루에 100가지 정도의 결정을 내리는데, 우리는 어떤 것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던 한 편집자의 말을 예로 들면서, ‘무엇을 먹을까’라는 결정에 도움되는 ‘NYT 쿠킹’을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킹 사용자수는 1,000만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뭘 볼까’ 하는 고민을 해결해주는 ‘볼거리(watching)’라는 서비스와 건강ㆍ웰빙 관련 ‘웰(Well)’이란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일곱 번째 원칙은 ‘광고주에게도 독자에게처럼 서비스하라’는 것이다. 기업들에게 ‘브랜디드 광고’(네이티브 광고)를 혁신적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론칭한 ‘T 브랜드 스튜디오’에서 이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70곳의 광고주를 위한 120개의 캠페인을 진행해 지난해 4,0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두 배가 목표다.
마지막 원칙은 ‘끈질기게’ 추진하라(be relentless)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은 정말로 어려운 과정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원칙을 되새기고, 뉴스룸과 비즈니스 팀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노력하자는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훼손하지는 않도록 주의하면서.
올드미디어 내에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뉴미디어로 이직하거나 아예 미디어 스타트업을 차린다. 비슷한 경험을 계속해 왔기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했을 게다. 한국에도 지치지 않는 노력으로 디지털 혁신을 성취하겠다는 비전을 지닌 언론사가 속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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