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설계자이자, 중동 출신 여성으로서 최초로 프리츠커건축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별세했다.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는 “하디드가 3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숨졌다”고 발표했다. 향년 65세.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난 하디드는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와 렘 콜하스의 메트로폴리탄 건축사무소(OMA)를 거쳐 79년 런던에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고인은 특히 곡선을 적극 활용하는 자유분방한 건축 언어를 구사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창기 작업 대부분은 구상 단계에 그쳐야 했다. 93년에야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소방서로 비로소 그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현실화됐다.
2000년대 들어 건축기술 발전으로 하디드의 프로젝트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2009) 중국 광저우 오페라하우스(2010) 런던올림픽 아쿠아틱스 센터(2011) 아제르바이잔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문화센터(2013) 등을 설계했다. 그러나 최근 그가 설계한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이 과다 건설비를 이유로 백지화되고, 카타르 월드컵 알 와크라 경기장의 건설 과정에서 카타르의 노동자 수천명이 사망하면서 언론이 그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불운도 겪었다.
하디드는 백인 남성 중심의 건축계에서 중동 여성으로서 최초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건축가다. 피터 팔럼보 프리츠커건축상 심사위원장은 “세계는 건축계의 지도자를 잃었다”며 “하디드는 건축가로서의 천재성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건축계의 오랜 편견과 싸웠기에 그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주요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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