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이후 책임감 더 커져
‘갓(God)성민’. 연기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만큼 훌륭하다 해서 생긴, 배우 이성민(48)의 별명이다. 정작 당사자는 씩 웃으며 부끄러워했다.
1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 CJ E&M 스튜디오에서 열린 tvN 금토드라마 ‘기억’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은 “처음에는 머리에 쓰는 갓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팬들이) 왜 그렇게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 ‘미생’ 덕분인지 팬 층이 넓어지다 보니 확실이 책임감과 신중함은 생긴 것 같고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며 웃기도 했다.
이성민은 겸손했지만 ‘기억’에서 그가 보여주는 열연을 생각하면 그의 별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성민은 대형 로펌에 입사해 성공만을 좇으며 승승장구하다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변호사 박태석 역을 맡았다. 뺑소니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고 이혼하는 불행을 겪지만 재혼 후 얻은 부와 권력에 심취한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모든 기억을 잃는 병과 맞닥뜨리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자식을 잃은 아비로 오열하다가도 자신이 맡은 사건 앞에선 냉철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성민은 “내가 연기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불행이 한꺼번에 찾아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 힘들었다”며 “적당히 연기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배 변호사로 출연 중인 (그룹 2PM의) 준호와 활기 넘치는 장면을 찍은 적이 있는데 이런 감정으로만 연기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매회 복잡한 감정 연기 때문에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tvN의 인기 드라마 ‘미생’(2014)에서 지독한 일 중독자 오상식 역을 맡아 아이돌 그룹 출신 임시완과 ‘미생’ 신드롬을 주도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이력의 젊은 배우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준호가 연기하는 정진은 박태석의 후배 변호사로 박태석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돕는 인물이다.
“‘미생’에서 제가 임시완의 멘토였다면 이번에는 준호가 저의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준호와 연기하면서 임시완과 호흡 맞췄던 그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동료배우들 “따뜻한 선배”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들도 이성민의 열연에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박태석과 대립각을 세우는 악랄한 재벌 2세 신영진 역의 배우 이기우는 “신인이든 아니든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부드러움이 압권”이라며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든 역할인데도 현장에서 일일이 배우들을 챙겨주는 선배”라고 이성민을 치켜세웠다. 이기우는 “‘기우야, 그그그’ 하시면서 말씀을 잘 더듬으시긴 하는데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기억’의 시청률은 2%대(닐슨코리아 집계)다. 이전 tvN에서 같은 시간대에 방송됐던 ‘시그널’과 ‘응답하라 1988’의 폭발적인 관심에 비하면 낮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이성민은 “이런 봄날에 한숨만 나오는 너무 무거운 소재의 드라마란 평가를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볼만한 드라마니 애정을 더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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