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 원론적 언급만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양자 회담장에 마주 앉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 문제 논의에 집중하느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과거사 문제는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 공조와 양국 관계 개선을 일단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가의 예상과 달리, 아베 총리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박 대통령에 요구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온전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하고 25분 간의 회담을 마무리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양국이 합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하자 아베 총리는 “양국의 국내에서 각각 여러 문제가 있지만,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해 합의를 착실하게 이행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과 양국 독자 대북 제재의 시너지 효과 발휘 등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회담 분위기는 위안부 합의 타결 전인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양자 회담 때보다 부드러웠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회의장에 먼저 도착한 아베 총리가 뒤이어 입장하는 박 대통령을 반겼고, 두 정상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동원해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한편 같은 날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두 정상이 그런 합의를 이룬 것을 평가한다”고 간단한 언급만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워싱턴=최문선 기자 moom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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