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밀실 추진 논란으로 무산
미, 일 협정체결 필요성 거듭 강조
한국 “환경 조성이 먼저” 속도조절
2012년 밀실추진 논란으로 막판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문제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변수로 급부상했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미일 양국은 GSOMIA 체결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반면, 우리측은 거리를 두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확연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이날 한미일 3국 정상이 대북공조에 한 목소리를 낸 것과 뚜렷이 대비되면서 향후 GSOMIA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3국간 셈법 차이는 회의 후 3국 정상의 발표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국간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분위기를 띄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미일 협력을 안보분야에서 추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강화해나가자”고 거들고 나섰다. 한일간 GSOMIA 체결을 디딤돌 삼아 3국간 군사협력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3국간 협력을 가능한 분야에서 진전시켜 역내 국가로 확대해가자”며 ‘안보’라는 표현을 쏙 뺐다. GSOMIA의 군사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GSOMIA는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하다 중단된 경위가 있다”면서 “협정을 체결하려면 환경조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국회 동의를 요구하며 협정에 반대하고, 일본과의 직접적인 군사협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우리의 입장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3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해석하는 건 각자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이날 일본 교도통신이 “3국 정상이 한일 정보보호협정 조기 체결을 포함한 3국간 안보협력에 대해 협의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커진 데 따른 해명이었다.
GSOMIA는 한일간 군사협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린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정보는 우리에게 필수적이지만, 국민정서에 막혀 섣불리 뚜껑을 열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국무회의에서 처리된 GSOMIA는 사회적 공감대 없이 성급히 추진된 문제와, 한미 군사동맹을 한미일 3각 동맹으로 발전시켜 동북아에 신냉전을 초래한다는 논란 끝에 무산됐다.
이에 정부는 2014년 12월 국회 동의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한미일 3국간 약정을 체결해 미국을 매개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측은 “우리가 한국을 믿고 정보를 제공하려면 협정으로 격을 높여야 한다”고 줄곧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 측도 한일간 연내 GSOMIA 체결을 압박하며 우리 정부를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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