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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겹칠 듯 겹쳐지지 않은 김종인 안철수의 호남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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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겹칠 듯 겹쳐지지 않은 김종인 안철수의 호남 동선

입력
2016.04.0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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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을 찾아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조부 김병로 선생의 동상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을 찾아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조부 김병로 선생의 동상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본격적인 4ㆍ13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의 첫 주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벚꽃이 흩날리는 호남으로 동시에 출격했습니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을 먼저 챙기는 모습으로 ‘호남발(發)’ 선거 바람을 북상시키려는 의도였습니다.

두 당 대표가 호남을 행선지로 잡자마자 실무진들의 치열한 신경전도 시작됐습니다. 더민주가 먼저 김 대표의 동선을 공개하자 국민의당은 하루의 시차를 두고 안 공동대표의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일정을 잡기에 따라 두 대표가 같은 지역에서 마주칠 수도 있었지만, 국민의당은 같은 지역을 가더라도 시차를 두는 방식으로 ‘만남’을 피했습니다.

먼저 남도로 향한 사람은 김 대표였습니다. 그는 1일 전북 전주 유세를 시작으로, 익산ㆍ완주ㆍ정읍ㆍ순창을 차례로 돌며 더민주와 더민주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조부인 가인 김병로 생가를 방문해 전북 민심에 노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뿌리가 전북인 것을 알리는 방식으로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노린 것입니다. 동시에 김 대표는 다음날 전북에 도착할 안 공동대표를 향해 선제 공격도 시도했습니다. ‘가인 선생이 살아있었다면 현재의 야권 분열에 대해 어떤 해법을 줄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요즘 정치인들은 합리적이지 않아. 과거 높은 지지율의 환상에 빠져만 있지”라며 안 공동대표를 비난한 것입니다.

두 대표가 가장 가까이 있었던 곳은 전북 김제였습니다. 안 공동대표가 2일 첫 호남 유세 일정을 오전 9시 김제 전통시장 앞으로 잡았는데, 한 시간 뒤에는 김 대표가 같은 장소에서 지원 유세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다행히(?) 안 공동대표가 9시35분 다음 유세를 위해 자리를 뜨면서 15분의 시차로 김 대표와 만남은 불발됐습니다. 대신 현장에선 국민의당 후보의 유세 차량이 늦게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당직자들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더민주 입장에선 곧 김 대표가 현장에 도착하는데도 국민의당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것은 다분히 선거 유세 방해라고 보고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오후에는 두 대표 모두 광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도 포문은 김 대표가 먼저 열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입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이곳에 출마하고 계신 국민의당 후보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보면 과연 그 사람들이 새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집권을 위한 의욕이 있는 사람들인가”라며 국민의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입니다. 그는 이어 “호남과 광주에서 수권능력이 없는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면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 불과하다”며 국민의당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공세와 함께 문재인 전 대표도 비판하며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더민주는 절대로 1월 15일(김 대표 본인이 입당한 날)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총선 뒤에는 다시 문재인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국민의당의 공격에 대해 자신이 방패 역할을 하겠다며 맞선 것입니다. 현장에 와보니 서울에서 볼 때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예상보다 강력하고, 자신이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음에도 좀처럼 호남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김 대표보다 젊은 안 공동대표는 2일에만 12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전’으로 대응했습니다. 안 공동대표는 김 대표가 유세를 벌이는 현장을 가지 않고 옆 지역구를 들르는 방식으로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왜 그렇게 자아비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정면 대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이탈자들을 담는 그릇이 될 것”이라며 “더민주로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목포 유세에서는 야권분열 책임론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그는 “40%가 공고하게 새누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줄 알았는데 35% 거쳐서 30% 초반으로 내려왔다”며 “우리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지지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또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아무리 실망해도 2번은 절대로 안찍는다”며 “이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은 우리 국민의당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야권 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여당 지지층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일부러 무산시킨 것 아니냐’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의 칼날을 피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들의 복잡한 동선은 김 대표가 2일 밤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면서 정리됐습니다. 김 대표는 제주 4ㆍ3 사건 희생자 추념식 참석에 우선 순위를 뒀고, 안 공동대표는 김 대표가 비운 틈을 이용해 3일에도 광주와 전남 지역 유세에 더 집중한 것입니다. 이 같은 강행군은 두 대표의 체력을 당연히 갉아 먹었습니다. 김 대표는 제주 도착 직후 피곤을 이유로 바로 휴식에 들어갔고, 안 공동대표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린 것 입니다.

아직 총선 선거운동 기간은 열흘이 남았습니다. 이들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유세를 펼치는 모습이 또 일어날 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두 대표 모두 체력이 모두 소진되는 한이 있더라도 강행군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니까요.

전주ㆍ광주ㆍ제주=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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