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살인 혐의 부부 구속기소
경기 평택 신원영(7)군이 숨지기 직전, 자신을 학대하던 계모를 “엄마”라고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아이의 마지막 손길을 외면한 친부는 원영이가 죽자 계모와의 아이를 갖기 위해 정관복원 수술을 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원영이는 숨지기 직전인 지난 1월31일 밤 화장실 바닥에서 “엄마”라고 부르며 계모 김모(38)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계모와 친부 신모(38)씨는 화장실 문을 열어 원영이의 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술과 게임에만 몰두했다.
계모는 “원영이가 불러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소아과 전문의는 당시 원영이가 숨지기 직전 숨을 헐떡이며 호흡하는 ‘체인스톡호흡(Cheyne-Stokes)’ 증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원영이 상태가 위급하다는 것을 안 친부는 “병원에 데려가자”고 울면서 말했으나 계모는 “들키면 뭐라 설명하려고 그러느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원영이를 죽음으로 내몬 인면수심의 부부는 지난 2월 3일 태연하게 비뇨기과를 전화를 걸었다. 정관복원 수술이 가능한지를 문의, 3월 수술일정을 잡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계모의 휴대전화에서 ‘오빠가 건강해야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복구, 이런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들은 “아이를 낳아 원영이를 대신해 키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 강수산나)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살인ㆍ사체유기ㆍ아동복지법ㆍ아동학대처벌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원영이의 계모와 친부를 4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친부의 친권상실 청구와 원영의 누나(10)의 경제 및 심리치료 지원을 결정했다.
계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말까지 3개월여 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평택 포승읍 자택 화장실에 원영이를 가두고 온몸에 락스 2ℓ를 들이붓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다. 친부는 지난 2월1일 오전 원영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계모와 함께 시신을 베란다에 10여일 간 내버려둔 뒤 같은 달 12일 오후 11시25분쯤 청북면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학대를 가하는 것은 사망을 초래할 위험이 컸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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