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1871년 이 병을 처음 알린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씨 생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돼 생긴다. 2014년 8만4,771명이 파킨슨병의 진료를 받았고, 2010년 이후 연평균 8% 이상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90%가 60세 이상이어서 ‘황혼의 불청객’이라고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알지 못해 병을 1~2년간 방치하는 것이다. 늦게 치료할수록 약물 효과가 떨어지고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회장 김희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매년 파킨슨병의 날이 있는 주간에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와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병으로 불리는 파킨슨병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한 ‘레드 튤립 캠페인’을 벌인다.
꿈뜨고, 멍하고, 힘이 없다면?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의 운동신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ㆍ저장하는 신경세포 수가 급감하면서 발병한다. 병이 악화될수록 운동장애가 심해지고 근육ㆍ관절이 굳어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현재 파킨슨병을 확실히 알아내는 검사법은 없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로도 이상 소견을 찾을 수 없다. 이 병으로 발생하는 뇌의 변화는 오로지 부검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파킨슨병 진단은 환자의 병력ㆍ증상ㆍ진찰소견 및 치료에 대한 반응 등을 의사가 직접 보고 듣고 묻고 살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파킨슨병의 4대 증상은 손발이 이유 없이 떨리는 ‘진전’, 몸의 관절이나 근육이 굳는 ‘경직’, 몸의 움직임 전반이 느려지는 ‘서동’, 몸의 균형을 못 잡아 걸음이 불편해지는 ‘보행장애’다. 하지만 증상이 다양해 환자의 70%가 뇌졸중으로 오인했다는 보고도 있다.
손영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증상이 초기에는 심하지 않아 이를 노화현상으로 치부하며 병을 키우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굼뜨다’, ‘멍하다’, ‘힘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손발이 떨리고, 몸이 느려지고, 팔다리가 굳어진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깊은 잠을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심한 잠꼬대를 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수면행동장애가 있다면 파킨슨병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노년기에 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5~10년 뒤 상당수가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과 약물치료로 극복 가능
파킨슨병은 발병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한 번 죽은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기에 일단 발병하면 완치는 힘들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다.
이 질환 치료는 뇌 속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약물치료에는 도파민 전구약물(레보도파)가 주로 쓰인다.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전환돼 환자의 운동장애가 호전된다.
이 약은 투여 후 2~3년 동안은 효과가 아주 좋다. 그래서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약도 한계가 있어 3년 이상 약을 복용하면 같은 양을 먹거나 복용량을 늘려도 약효 발현시간이 짧아진다. 게다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춤추듯 몸을 흔들게 되는 ‘이상 운동 항진증’이 나타나기 쉽다. 떨림, 경직, 통증 등의 증상이 빈번해지고, 불안장애, 공황,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뇌 조직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도파민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잘못 작동되는 신경회로에 가는 전극을 꽂아 열 자극을 가함으로써 오작동을 막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아야 한다.
김종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증상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며 "병이 의심되면 숨기거나 피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파킨슨병 4대 증상>
<자료: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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