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향후 선거 고지도 선점
야권엔 숙명적 핸디캡” 중론
“86세대와 동행… 보수 단정 못해”
“공천학살로 與에서 이탈” 분석도
“朴 선택했다 실망한 탈이념 성향
50대가 균형추” 전망도
4ㆍ13 총선에서 60대 이상이 1,000만명에 육박하는 최다 유권자층을 형성하면서 ‘그레이 보터(Gray Voter)’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층이 늘면서 50대 유권자가 ‘스윙 보터’로서의 위상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판 자체가 보수 정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하면서 50대가 무게중심을 잡을 유권자층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라 노령 유권자 증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때문에 20대 총선은 물론 이어지는 2017년 대선 등 향후 선거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권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은 숙명적인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크게 늘면서 세대 성향이 다양화할 가능성도 있어 ‘그레이 보트’의 효과를 속단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원성훈 코리아리서치 사회여론조사본부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수화 하는 ‘연령 효과’도 있지만, 한 세대가 공유하는 기억에 바탕을 둔 ‘세대 효과’도 있다”며 “두 효과가 혼재돼 있어 보수적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레이 보트 시대에서 60대 이상 유권자 못지 않게 주목을 받는 것은 대표적 ‘스윙 보트’층인 50대 유권자의 선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이념보다는 실용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한 50대의 선택이 20대 총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50대는 ‘86세대’와 상당수 겹치면서도 지난 대선에서 82.0%의 높은 투표율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50대는 19대 총선 때 야당을 선택했다 반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박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본보가 지난 2월과 지난달 30일 실시한 20대 총선 1, 2차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정권심판론에 공감한다’는 50대의 응답률이 33.8%에서 45.3%로 치솟는 등 표심 변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류재성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신뢰의 정치인’을 택했던 이들의 믿음이 많이 깨진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50대의 표심 변화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0대는 경제적으로 보수지만, 사회ㆍ정치적 문제에 관해서는 진보적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중도진보나 중도층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