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 주간을 맞아 12~18일 네 차례에 걸쳐 선착순 50명에 한해 지하서고까지 공개하는 ‘도서관 속 책의 일생 따라잡기’ 특별견학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매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50명에 대해 네 차례, 그것도 일부만 공개하는 게 뭔가 싶다.
하지만 중앙도서관으로서는 나름대로 큰 결단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람을 모아 지하서고를 공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서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속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이는 일이다. 미술관ㆍ박물관 같은 공공시설들이 그간 수집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장고를 열어야 한다는 흐름 위에 서 있기도 하다. 1,000만권의 책을 품고 있다는 중앙도서관의 지하서고는 어떤 곳일지 문답으로 알아봤다.
-진짜 모든 책을 다 보관하나.
“다 보관한다. 도서관법에 따라, 모든 출간되는 책을 2권씩 받는다. 한 권은 영구 보관용으로 지하서고에 넣고, 한 권은 일반 자료실 등에 책의 성격에 맞는 곳에 둔다. 중앙도서관 외엔 역삼동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세종시에 국립세종도서관이 있다.”
-지금껏 보관하는 책이 얼마나 되나. 공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올해 2월 기준 1,039만2,445권을 가지고 있다. 국립도서관 가운데 세계 15위 정도 되는규모다. 보존서고는 본관, 자료보존관 등 중앙도서관 각 건물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데, 최대 보관량은 2,000만권이다. 책이 불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정도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 차면 어떻게 하나.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기존 중앙도서관 근처에 별도의 대규모 보관시설을 짓고 열람까지도 금지하는, 아예 보관만 하는 책을 거기에다 보내는 경우가 있다. 결국 우리도 그런 모델을 따라야 하지 않나 싶다.”
-보존 중인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은 어떤 것이 있나.
“보물710-3호로 지정된 ‘동인지문사륙 권10~12’ 자료다. 공민왕 4년 때 문신 최해가 우리나라 시문을 가려 뽑은 것이니 1355년 만들어진 책이다. 이런 자료들은 완전 밀폐된 ‘귀중서고’에 별도로 보관한 뒤 분기별로 상태를 점검한다.”
-특별한 관리법이 있나.
“항온ㆍ 항습은 기본이다. 온도는 20~24도, 습도는 40~50%로 유지한다. 귀중서고의 경우 특수 제작한 판넬 등을 이용하고 필요한 경우 보존처리 등을 통해 한번 더 관리한다. 보존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게 최고다. 해서 담당 관리 직원 2~3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다.”
-폐기하는 책들도 있나.
“없다. 중앙도서관은 보존도서관이기 때문에 무조건 보존이 1순위다. 가끔 책을 낸 출판사 등에서 빼달라는 요청이 오긴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거나 하는 이유에선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 판단되면 명확한 절차를 거쳐 받아주지만 그 외엔 모두 불허한다.”
-낡아서 없어지는 책은 없나? 1,000만권이 넘어가면 관리 자체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서 우선순위를 둔다. 세척이나 보존처리도 있고 보존봉투나 보존상자 같은 것을 단계별로 활용한다. 1,000만권의 책을 일시에 다 볼 수 없으니 전반적으로 가장 상태가 안 좋은 것부터 우선적으로 관리한다. 열람신청이 많은 책의 경우 원문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활용한다. 실물 책을 보고 싶어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왜 전자 자료를 보라 하느냐고 서운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러나 중앙도서관은 보관이 1순위 목적이라 책의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하는 조처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보존 인력은 얼마나 되나.
“5명이다. 사실 많이 부족한 부분이긴 하다. 도서관법 개정으로 이번 8월부터 도서관연구소가 자료보존연구센터로 개편된다. 그러나 인력, 예산은 그대로다. 차차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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