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위층의 친인척들이 조세회피 폭로자료 ‘파나마 페이퍼’에 포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패 척결 드라이브가 정당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파나마 페이퍼에서 거명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족들의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 주석과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등 최소 3명의 가족들에게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의 경우 매형이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2개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2년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번 폭로를 통해 시 주석의 매형은 시 주석이 취임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도 3개 역외기업을 추가로 사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류 상무위원은 며느리가 2009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투자회사의 간부이자 주주로 활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류 상무위원의 아들은 중국의 대표적 사모펀드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시틱증권 부회장으로 재직중이며, 며느리는 2014년까지 메릴린치은행에서 일한 금융권 출신이다. 장 상무위원의 사위는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둔 3개 회사의 주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지도층 친인척들의 역외기업 설립은 대부분 시 주석 취임 전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집권기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2007∼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9명의 인사 가운데서도 최소 5명의 친인척 및 가까운 사업 파트너들이 해외계좌와 연관돼 있었다고 NYT가 자체 분석을 토대로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 공산당의 전현직 지도부 8명의 친인척이 파나마 페이퍼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매형과 장가오리 사위 외에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손녀 재스민 리도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2개 회사의 주주로 나타났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少林)도 남편과 함께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를 소유했다. 중국에서 ‘파워 퀸’으로 알려진 리샤오린은 전력 사업을 하고 있다.
공산당 총서기를 지낸 고(故) 후야오방(胡耀邦)의 아들도 버진아일랜드에 단독주주로 올라간 회사를 만들었다. 후야오방은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중반에 다소 급진적인 자유화 조치를 시도하고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보수파의 공격을 받다가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축출된 바 있다.
부패와 권력 남용으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도 ‘파나마 스캔들’에 연루됐다.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동생과 톈지윈 전 부총리의 아들도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번 추문의 진원지인 파나마 법률사무소 ‘모색 폰세카’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파나마 페이퍼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는 세계 각국에 있는 전체 지점 가운데 영업이 제일 활발한 홍콩 지점을 포함해 중국의 9개 도시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국 지점은 2015년 말 기준으로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전체 회사 지점의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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