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영서 소통 막았던 대관령
인력 25만명ㆍ중장비 11만대 투입
국내 최장 터널 뚫리며 공정 탄력
원주, 관광레저형 도시 개발 추진
강릉도 철길공원에 트램 운영 등
구도심 재생 통해 관광코스 육성
“국토 균형발전에 획기적 사건”
이번 주부터 지역의 미래를 바꿀 개발 현장이나 현안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 ‘지금 이 곳에선’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강원 원주에서 강릉을 잇는 고속철도 8공구 평창 진부면 매산터널 현장. 610m 길이의 터널 내 철도 궤도공사가 한창이다. 궤도는 열차가 일정한 주행로를 따라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게 하는 철도의 핵심시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일과 도상, 침목 등을 설치하는 공사다. 쉽게 말해 기차 길을 놓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 침목을 타설하기 위한 대형 레미콘 차량이 터널을 연실 드나든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레일과 침목 사이에 놓인 자갈을 다지는 중장비인 ‘멀티플 타이탬퍼(Multiple Tie TamperㆍMTT)’가 굉음을 내며 분주히 움직인다.
매산터널은 진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역을 연결하는 구간이다. 34개 터널 가운데 마지막 남은 난코스 공정이다. 노병국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장은 “현재 공정률은 60% 가량으로 내년 6월까지 궤도 시스템 공사를?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말 개통하는 원주~강릉(120.7㎞) 고속철도는 강원도의 경제ㆍ관광지도를 바꿀 대역사(大役事)다. 이 노선은 2011년 강원도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본격화해 ‘올림픽 철도’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국토의 동서를 횡단하는 이 철도공사에는 3조9,11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가장 긴 대관령 터널(21.755㎞)이 뚫리면서 공정에 탄력이 붙고 있다. 그 동안 강원 영동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대관령을 최단거리로 관통하기 위해 41개월간 연 인원 25만9,600명, 중장비 11만900대가 투입됐다. 터널을 뚫는 데만 2,500억 원이 들었다. “공사용 갱도가 최대 3.6㎞로 깊다 보니 자재를 반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지상과 15도 가량 온도로 인해 뿌연 수증기가 자주 발생하는 난공사였다”는 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설명이다.
이 철도가 개통되면 평균 시속 250km의 고속열차가 투입돼 서울 청량리 역에서 서원주를 거쳐 강릉까지 1시간 15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다. 청량리를 출발해 원주와 제천, 태백, 사북, 동해를 거쳐 강릉에 도착하는 기존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시간이 5시간 47분임을 감안하면 ‘교통혁명’이라 부를만 하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까지를 1시간 52분에 주파한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휴가철 상습정체 구간이 많은 영동고속도로에 비해서도 운행시간이 두 시간 가량 줄어 수도권과 영동지역의 물리적ㆍ심리적 거리가 크게 단축된다. 영동권 물류와 관광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주~강릉 철도는 강원 영동권이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된다는 상징성을 갖는다”며 “이는 강원도 발전은 물론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원주시는 서원주역 일대에 대규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40분대에 수도권 진입이 가능해지는 횡성에서는 섬강 감성문화마을, 횡성회다지소리 문화마을 조성이 검토 중이다.
이 철도의 최대 수혜지는 강릉이다. 강릉시는 새롭게 조성하는 역세권과 구도심 재생을 연계하는 발전전략을 구상 중이다. 원주~강릉 철도 노선 가운데 강릉 시내 구간이 지하화되면서, 선물처럼 얻게 된 기존 철도시설 부지를 관광ㆍ문화타운으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개발면적이 5만 여㎡에 이른다.
강릉시는 이곳을 트램을 타고 친환경 도심 공원을 오가고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폐철도는 테마가 있는 철길공원으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경포대와 오죽헌, 정동진과 함께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 육성하겠다는 게 강릉시의 복안이다.
강릉시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종목 개최와 고속철도 개통이라는 접근성 개선 등 ‘겹 호재’를 활용해 글로벌 관광도시의 도약을 꿈꾼다.
김재진 강발연 연구위원은 “관광산업적인 측면에서 강릉이 해수욕장으로 대변되는 여름 한철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며 “고속철도 개통 이후 동해안의 물동량 확대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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