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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가 '장동민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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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지상주의가 '장동민 사태' 키웠다

입력
2016.04.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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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오른쪽)이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 출연해 이혼 가정의 아동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개그를 하고 있다. tvN 방송화면 캡처
장동민(오른쪽)이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빅리그’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 출연해 이혼 가정의 아동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개그를 하고 있다. tvN 방송화면 캡처

“예정된 논란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개그맨 장동민이 tvN 개그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의 ‘충청도의 힘’ 코너에 출연한 내용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혀를 찼다.

그럴 만도 했다. 장동민은 1년 전 여성 비하 발언과 삼풍백화점 붕괴 피해자 조롱으로 비난을 받았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90도 사과를 했고 방송국들은 어물쩍 넘어가듯 그를 계속 출연시켰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별다른 조치 없이 출연시켜주는 방송국들의 도덕 불감증이 이번 논란을 불렀다는 비난이 다시 쇄도할 만도 하다.

장동민은 지난 3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인 ‘충청도의 힘’에 출연해 이혼 가정의 아동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을 연기해 질타를 받았다. 7세 아동의 캐릭터를 연기한 장동민은 이혼 가정 아동으로 설정돼 아버지에게 장난감을 선물 받았다는 개그맨 양배차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부러워서 그래. 너는 봐라.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양쪽으로 받잖아. 이게 재테크여”라는 대사를 쏟아냈다. 그는 “할머니 앞에서 고추 깔 거야” 등의 대사를 스스럼 없이 내뱉었다.

방송가에서는 ‘장동민 사태’를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tvN 등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저버린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앞장서면서 곯을 대로 곯은 문제가 분출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방송 생태계에서 지상파 방송 우위 시대는 저물었다. 종편과 케이블채널이 많아지면서 방송사끼리가 아닌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됐다. 어느 정도 이익이 보장 되면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감수하는 분위기가 방송계에 팽배하고 있다. 장동민처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출연하게 된 배경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장동민 사태는 종편이 (부정적으로)사회적 이슈가 된 신정아와 강용석 등을 활용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방송국의 불감증은 사건 대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tvN은 “장동민은 제작진이 써 준 대본에 연기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충청도의 힘’ 코너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이혼 가정 아동이나 아동 성추행 미화 등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특정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폐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도 의문이다. tvN은 장동민이 출연하는 ‘집밥 백선생 2’와 이달 말 방송예정인 ‘렛츠고 시간탐험대 3’에서 향후 그의 출연 여부에 대해 “아직 논의한 적이 없다”며 발을 뺐다. 추이를 지켜보다 논란이 가라앉으면 없던 일처럼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비춰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장동민의 막말이 여과 없이 방영됐던 JTBC ‘크라임씬 2’. 화면캡처
지난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장동민의 막말이 여과 없이 방영됐던 JTBC ‘크라임씬 2’. 화면캡처

장동민은 지난해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하차를 논할 수 없으며 방송 제작진에게 전적으로 (결정을) 맡기고 결과는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코미디 빅리그’의 한 코너 녹화에 참여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한테 멍청하다고 그래. 사과해 빨리!”라는 대사로 자신의 잘못을 패러디했다. 장동민이 출연했던 JTBC ‘크라임 씬 2’도 기자회견 이튿날 방영된 분량에서 “아이씨, 가져와 이 XX야”, “너 방송 안하고 싶냐”, “너도 한 번 탈탈 털려봐야 돼” 등 거친 막말을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기자회견 뒤에도 별다른 반성의 태도를 보여 주지 않은 당사자를 그대로 받아 준 방송국들의 자업자득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경남씨는 “리얼리티 예능의 특성상 웃음과 이슈를 증폭시켜 시청자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방송인이 캐스팅 1순위”라며 “장동민이 논란 연예인임에도 방송 출연이 끊이지 않는 건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가 빚은 참사”라고 진단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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