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분열 현실… 호남 의석의 절반
“더민주 90% 이상 가져야” 주장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8일 대선 불출마와 정계은퇴의 조건으로 내건 ‘호남 지지’의 기준은 어디가 될까. 정치권에선 호남 전체 의석 28석 중 절반 이상을 더민주가 가져갈 경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5석 가까이 석권해야 지지를 받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호남 지지 기준을 전체 의석의 절반인 14석 이상으로 보는 근거는 국민의당과 양분된 현 호남 판세에 기인한다. 적어도 호남에서 국민의당보다 더민주 후보들이 한 명이라도 더 당선돼야 상대적 관점에서 ‘지지를 받았다’고 말할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문 전 대표가 지난 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등에서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책임 마지노선을 “최소한 현재 더민주 의석(102석)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점도 유의미하다. 현재 더민주 소속의 호남 현역의원은 탈당파를 제외하고 총 14명이다.
더민주가 이번 총선에서 호남 전체 의석의 90% 수준에 해당하는 25석 이상을 가져가야 지지를 받은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정치적 계승자로 자임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호남에서 90% 이상 득표했고, 본인도 2012년 대선에서 비슷한 수치의 득표율을 얻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호남의 지지를 묻는 방식이라면 대선 당시 득표율이 기준으로 합당하다는 논리다.
오유석 성공회대 교수는 “문 전 대표의 광주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호남 지지로 당선된 것과 같이 자신도 호남의 지지를 다시 확인하고 대권을 향한 포석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면서 “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해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 한 것이라면 적어도 90% 이상 승리를 거둬야 호남 사람들이 납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정계은퇴의 기준이 되는 지지 조건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상황이 엄중한데, 구체적으로 (기준을) 말씀드릴 수 있겠나”며 즉답을 피했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반 이상이면 성공’이란 식으로 계량화해서 말한 게 아니다”면서 “정치적 문제인 만큼 나중에 판단할 부분”이라고 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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