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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 태어나다

입력
2016.04.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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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월 11일

비단이 낡아가듯 고결하게, 고독의 삶과 문학을 완성하고자 했던 마라이.
비단이 낡아가듯 고결하게, 고독의 삶과 문학을 완성하고자 했던 마라이.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는 헝가리 작가다. 그는 지금은 슬로바키아 코시체(Kosice)가 된 헝가리(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카싸(Kassa)에서 1900년 오늘(4월 11)일 태어났다.

청년 시절 독일서 유학했고, 신문 등에 독일어로 문학 비평 등 기사를 썼다. 나치 준동이 시작된 30년대 중반 그는 독일어를 버렸고, 48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조국을 떠났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89년까지 이탈리아 미국 스위스 등지를 떠돌다 머물다 했다. 왕정, 좌익 독재, 우익 독재, 두 차례 대전과 파시즘 공산주의 20세기 자유주의…. 20세기 거의 모든 이념과 체제를 겪으며 그는 가난한 모국어와 함께 내내 고독했다. 그 고독을 그는 이렇게 썼다.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네. 없고 말고. 이것을 깨닫고 나면 강인해지고 외로워진다네.”(‘결혼의 변화’ 김인순 옮김, 솔)

“고독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혹한 다음 무덤 속에 내팽개치는 세상에 아첨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실패, 붕괴가 사색하는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 … 혼자 남아 대답하는 것…”(‘하늘과 땅’)

“사람들은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밀함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한동안 일종의 우정으로 보였던 친밀함을 후회하게 되지.”(‘열정’)

그이 조국은 그를 인민의 적으로 대했고, 책 출간을 금했다. 헝가리 문학 작품을 헝가리어로 읽지 못하는 세계인을 동정한다는 도저한 자부심의 헝가리인들은 다만 독일어 번역본으로 그를 은밀히 사랑했다고 한다.

소비에트 말년인 88년 헝가리 출판사들이 비로소 책 출간을 제의하자 마라이는 조국이 민주화되기 전에는 책을 안 내겠다고 거부했고, 문학비 건립 제안에도 냉소했다. “모든 기념비 공동의 운명은 개들이 발치에 오줌을 눈다는 것이다.”

‘열정’에서 그는 아흔 살쯤 되면 늙는 양상도 달라져 “서글픔이나 원망 없이 늙는다”고 썼다. “고귀한 천, 가족 모두 힘을 합해 온갖 정성과 꿈을 엮어 만든 몇 백 년 묵은 비단이 그렇게 낡는다.” 그리고, 1943년 이후 평생 쓴 ‘일지’에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라 쓰고 얼마 뒤인 89년 2월 21일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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