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실무회의에 이례적 참석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
장관급 내세운 첫 외교 행보
작년 訪美 후 뉴욕채널 가동
케리 美국무 만날 가능성 커
반기문 사무총장도 면담 예정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다음주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첫 외교 행보인데다 유엔 실무회의 참석을 위해 장관급 인사가 방미하는 것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처음이다. 북미대화 등 대화 국면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돼 결과가 주목된다. 리 외무상은 뉴욕방문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할 예정이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도 조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무국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지속개발가능(SDG) 고위급 토론’에 참가해 북한대표 자격으로 ‘국가발언’(National Statement)을 할 계획이다. 리 외무상은 이어 22일 반 총장이 주재하는 온실가스 감축합의 ‘파리협정’(COP21) 고위급 서명식 행사에 참석한다.
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 5명은 18일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유엔 사무국에 리 외무상의 유엔 방문 VIP(귀빈) 예우 의전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북한 외무상이 각국 대표들이 중요한 연설을 하는 유엔 총회장이 아니라, 유엔 행사나 실무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때문에 리 외무상의 방미 목적이 유엔회의 보다 북미 접촉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10월 리 외무상이 유엔 연설에서 ‘대화’를 언급한 이후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미 접촉을 가진 바 있다. 특히 22일 파리협정 고위급 서명식에 미국 측에선 케리 국무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북미 외교수장들의 전격적인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 외무상은 뉴욕 방문에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 등 대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강도 높게 반발해왔던 북한은 지난 4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 제재 보다는 협상마련이 근본적 해결”이라며 4차 핵실험 후 처음 협상을 거론했다.
리 외무상은 또 방미 기간 반기문 총장과의 면담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2014년과 2015년의 유엔 방문 때도 반 총장을 만나 그의 방북 문제를 논의했다. 유엔의 대북 소식통은 “리 외무상이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는 행사와 회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상의 방미는 지금까지 네 차례 밖에 없으며 모두 9월말에서 10월 2주간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1992년 김영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 1999년 백남순 외무상에 이어 리수용 외무상이 2014년과 2015년 유엔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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