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전략 성패가 좌우
中서 79%ㆍ싱가포르서 37%↓등
작년 당기순이익 6000만弗 감소
전세계 저금리 영향 탓 분석에도
“현지은행 아닌 소형 인수에 급급
장기적 투자 안목ㆍ경쟁력도 부족”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해외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등 해외점포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6,000만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정도에서 그나마 선방했을 뿐, 대부분의 해외점포에서 순익이 줄었다. 국내은행의 해외 진출 성적표는 해마다 제자리 걸음 수준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5억7,210만달러(약 6,566억원)로 전년보다 9.0%(5,670만달러) 감소했다. 2012년 6억3,620만달러 →2013년 4억1,170만달러 →2014년 6억2,880만달러 →2015년 5억7,210만달러 등으로 좀처럼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베트남에서 거둔 순익은 7,230만달러로 전년 대비 54.7%(2,560만달러)가 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전년 대비 32.8%(1,390만달러) 증가한 5,64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각각 6.7%와 4.8%를 기록,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에서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현지화 전략에 비교적 성공한 몇 안 되는 국가”라고 말했다. 작년 일본에서도 당기순이익이 120% 가까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부실채권을 매각해서 거둔 ‘일회성 수익’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2013년 일본에서 국내은행은 33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꾸준한 영업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반면 대부분 지역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에서는 당기 순이익이 무려 79.2%(8,370만달러) 줄었고, 싱가포르(-37.8%) 영국(-14.8%) 홍콩(-4.0%) 등 역시 순익이 감소했다. 민병진 금감원 일반은행국장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내 은행의 경쟁력 부족과 국내기업 의존형 해외점포 운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지금까지 해외진출은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에 맞물려 사실상 국내영업 하듯 안주해 온 게 사실”이라며 “지금 나가려고 하니 규제도 많고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에 규모 면에서도 크게 밀린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지은행을 인수ㆍ합병(M&A)하면서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지점이나 사무소 개설보다 진일보한 현지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규모 투자가 없어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9년말 130개이던 해외점포수는 작년 167개로 37개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10년 6월말 40개였던 현지법인도 작년 말까지 겨우 4개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지화를 위해 M&A를 시도해왔지만 대규모 현지 은행이 아닌 소형을 인수하는 데 그쳤다”며 “게다가 해외 진출은 장기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은행은 경영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인내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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