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조세회피 내용을 담은 ‘파나마 페이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부(富)에 대한 열망은 더러운 단어가 아니다(Aspiration and wealth are not dirty words)”고 해명했다. 야당이 파나마 페이퍼 폭로를 바탕으로 캐머런 총리의 상속세 탈루, 부친의 조세회피 등에 대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이를 계기로 상속세와 법인세를 대폭 올리는 ‘부자 증세’를 추진하자 제동을 건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부친의 조세회피 의혹 이후 처음으로 하원에 출석해 “(부의 창출은) 우리나라의 성장과 번영의 핵심 동력”이라며 “우리는 모든 영국 시민이 합법적으로 돈을 벌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부친의) 투자펀드는 달러 표시 증권이어서 영국이 아닌 역외에 설립된 것 뿐”이라며 합법 투자였음을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상속세 회피 논란과 관련해서도 “자녀에게 커다란 금전적 선물을 주는 부모들을 정부가 자랑스럽게 지지해야 한다”며 “상속세를 물지 않기 위해 생전에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부친에서 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모친한테서 10만 파운드(약 1억6,200만원)을 따로 송금 받는 편법을 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캐머런 총리 가족의 세금 회피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부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의 호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캐머런 총리의 해명에 대해 “관심을 딴 데로 돌리게 하는 고급 기술을 보여줬다”고 폄하하며 “(영국에는) 부자들을 위한 법과 나머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법이 따로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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