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의 자녀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개그맨 장동민과 황제성, tvN 등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던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대표(차가연)가 고소를 취하해 눈길을 끌었다.
차가연은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는 취지에서 이 고소를 진행하였고,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였다고 판단되어 해당 개그맨과 제작진, tvN 대표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차가연은 이어 “부디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모든 한부모 가정 구성원들과 차가연 회원님들께서는 빠른 시일 내에 안정과 평화를 찾으시길 기원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의 편견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차가연은 홈페이지에 이명한 tvN 본부장이 보낸 사과문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충청도의 힘’ 코너로 인해 전국의 한무모가정 여러분들의 마음에 불편함을 드린 점 사죄 드리며, 이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 사회에 편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재로 풍자하려 했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관련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 자체 심의 규정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방송된 ‘충청도의 힘’에서 일곱 살 아이로 등장한 장동민은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를 보냈나 보다” “얼마나 좋으냐,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아. 재테크여, 재테크”라고 말해 이혼 가정 자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장동민의 할머니로 등장한 황제성도 “너는 엄마 집으로 가냐, 아빠 집으로 가냐” “아버지가 서울에서 두 집 살림 차렸다는데” 등의 대사를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이에 차가연은 “장동민 등이 전국의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제대로 모욕하고 조롱했다”며 “개그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의 상처를 후벼 파는 연예인들과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 돼 문제의식 없이 이를 방송에 내보내는 제작진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고소를 결정했다”며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과 출연진을 지난 7일 고소했다.
tvN은 ‘충청도의 힘’ 코너의 폐지를 결정했고, 장동민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미디빅리그’에서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이 본 방송에 앞서 자막으로 사과의 글을 올려 “‘충청도의 힘’ 코너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진의 미숙한 판단의 결과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차가연의 고소 취하가 장동민 사태의 종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 비하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장동민이 이번에는 사회적 약자인 한부모가정 아이를 조롱한 대목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KBS는 장동민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하차했던 예능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 연인인 나비를 내세워 그를 은근슬쩍 합류시켰다가 다시 하차시키며 논란을 부추겼다. 네티즌들은 “개념 없는 개그와 풍자적 블랙코미디를 구별했으면 한다”(cl****), “사회적 약자를 단순한 웃음의 소재로 활용했다는 데 마음 아팠다”(eg*******),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사도 반성하길”(do*****) 등의 반응을 SNS에 기사 댓글란에 올리며 비판을 이어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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