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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 매각 쇼크 후… 불신 커진 보험사 건전성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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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 매각 쇼크 후… 불신 커진 보험사 건전성 지표

입력
2016.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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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ㆍ부채 대부분 원가로 평가

저금리에 부채 축소 착시효과

국제회계기준은 시가로 평가

금융당국, 개선안 마련 ‘뒷북’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잣대로 삼고 있는 지급여력비율(RBC)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수 보험사들이 향후 적용될 국제회계기준 탓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보험사들의 RBC는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탓이다. 심지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알리안츠생명조차 지난해 이 비율이 기준치의 2배 가까이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이런 지적에 따라 국제기준에 맞도록 RBC를 정비한다는 계획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국내 보험사의 RBC가 작년말 기준으로 267.1%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생명보험사는 278.3%, 손해보험사도 244.4%였다. 모두 3개월 전보다는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기준치(100%)의 3배에 육박하는 양호한 상태다.

RBC는 보험사에 내재된 각종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가정했을 때,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누는데, RBC가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안정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보험사는 보험업법상 100% 이상의 RBC를 유지해야만 하며, 만약 기준 미만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등 단계적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 쇼크’로 RBC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지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실제 알리안츠생명의 작년 말 RBC는 183.6%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고, 가장 낮다는 KDB생명도 178.5%에 달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헐값 매각됐는데, 국내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RBC 비율만 봐서는 헐값 매각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유럽 보험당국이 올해부터 재무건전성 감독기준인 ‘솔벤시2’를 도입하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헐값 매각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다. 솔벤시2 아래에서는 2020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마찬가지로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영국계 보험사인 PCA생명(391.9%)이 국내 생보사 가운데 RBC가 가장 높게 나온 것도 앞서 솔벤시2를 대비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PCA생명 측의 설명이다.

반면 RBC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대부분 원가로 평가한다.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보험상품을 판매할 당시의 금리를 적용하다 보니 요즘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 보험사의 경우 부채가 과소 평가될 수 밖에 없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RBC 규제가 금리 환경의 변화, 보험 상품 다양화로 인한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RBC를 산출할 때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4일 보험사를 대상으로 1단계 RBC 개선안에 대한 협의안을 공개할 예정.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낡은 잣대 개선에 미적대면서 당국이 시장에 혼선만 줬다”며 “이제라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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