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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투표용지 촬영, 왜 문제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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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투표용지 촬영, 왜 문제가 되나

입력
2016.04.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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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제1투표소에서 시민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제1투표소에서 시민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투표 인증 주의사항’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투표 인증사진 촬영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셨습니다. 기사에 눈에 띄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투표용지 촬영은 왜 안 되는지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원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선거는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한 1인 1표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평등선거, 유권자가 중간에 다른 중개인을 매개하지 않고 직접 지지할 후보자를 선출하는 직접선거, 외부의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자신의 선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자유선거, 그리고 선거인이 결정한 투표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비밀선거 원칙이 있습니다.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선거 4원칙 중 비밀선거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실제로 공직선거법에서는 기표를 했든 안 했든 투표지를 촬영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지도를 가졌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투표권을 행사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떨까요. 일부의 경우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도 있겠죠.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 외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연상케 하는 브이(=기호 2번), 엄지 손동작(=기호 1번) 인증도 공직선거법으로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투표용지를 절대로 찍어서는 안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투표용지를 절대로 찍어서는 안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질문 ‘투표용지 촬영은 왜 안 되는지 알려주세요’를 다시 살펴 봅니다. ‘투표지’가 아니라 ‘투표용지’라고 하셨습니다. 핵심은 투표용지와 투표지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입니다. 투표용지는 기표를 하지 않은, 쉽게 말해 도장을 찍어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투표지는 의사가 반영된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빈 종이 상태의 투표용지 사진을 찍는 것이 왜 비밀선거에 위배 되는 거죠?”라고 의아해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촬영하든, 투표지를 촬영하든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입니다. 선거법에선 투표용지와 투표지를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투표용지 사진을 찍었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은 판례가 있습니다. 대학생 A씨는 지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때 투표용지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벌금 3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면 안되지만, 피고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보다는 단지 투표 사실을 기념하려 했던 점은 참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취지는 좋아도 선거법 위반 행위라는 점은 명확해진 셈입니다. 그러니 도장 찍기 전이라고 해서 기표소 안이나 밖에서 투표용지 인증사진을 찍어선 안되겠습니다. 기표소에 들어가기 전, 기다림이 아무리 지루하다고 해도 말이죠.

엄밀히 따져 빈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선거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표지를 촬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을 어기는 행위라는 점,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자, 투표 인증사진 촬영 시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투표소로 나서 볼까요.

윤은정기자 y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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