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분당갑ㆍ을 모두 더민주 후보 승리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의 오랜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에서 ‘제2의 분당대첩’을 이뤄 냈다. 더민주는 분당 선거구가 생긴 14대 총선(1992)년 이래 줄곧 여당이 승리했던 이 지역에서 2개 선거구를 모두 가져왔다. 이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은 ‘분당대첩’으로 불리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2011년 재보궐선거(분당을)뿐이다.
분당갑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전략이 통했다. 김병관(43) 후보는 권혁세(59) 새누리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야권에게 험지로 분류되던 이 지역은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재 2호인 김 당선자가 전략 공천되면서 이번 20대 총선의 격전지 중 하나로 부상했다.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권 후보와 게임업계 CEO 출신인 김 당선자가 맞붙어 경제통끼리의 대결로 이목이 집중됐다.
권 후보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 내분에 따른 잡음에 발목을 잡혔다. 현역 의원인 이종훈 의원 대신 권 후보가 공천을 받은 데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이탈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선거 전날인 12일에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온라인 홍보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이버상에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권 후보를 고발해 ‘댓글 알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더민주는 권 후보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권 후보는 “경기도 선관위와 더민주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분당을에서도 더민주 소속의 김병욱(50) 후보가 당선됐다.
김 당선자가 새누리당 전하진(57) 후보를 꺾고 당선될 수 있었던 데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 파장이 결정적이었다.
선거 초반 전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점쳐졌으나 새누리당이 ‘친박계’인 현역 전 후보를 경선 없이 단수 공천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친이계’ 임태희 후보가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권 표심이 갈리며 반사이익을 얻게 된 김 당선자는 결국 선거 막판 지지세를 올리며 지난 총선에 이은 4년만의 재대결에서 새누리당 전 후보를 상대로 승리, 제2의 분당대첩을 이뤄냈다. 분당을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임 후보는 3위를 기록하며 예상대로 전 후보와 여권 성향의 표를 나눠가졌다.
일찌감치 더민주의 단수후보로 낙점된 김 당선자는 2011년 재보선 당시 분당을 후보로 나섰다가 손학규 전 당대표에게 공천을 양보하면서 분당대첩을 견인한 인물이다. 이후 손학규 전 당 대표시절 정책특별 보좌관을 지냈고,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오랫동안 지역구 내 입지를 넓혀왔다.
김 당선자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표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야권의 무덤인 분당을 지역에서 승리한 저력을 기반으로 정치 신뢰를 회복하고 반드시 정권교체에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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